[기자vs기자]선거철마다 불거지는 폴리페서 논란, 해답은?
[기자vs기자]선거철마다 불거지는 폴리페서 논란, 해답은?
  • 서성희
  • 승인 2012.05.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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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총선 이후 폴리페서가 또다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폴리페서(polifessor)란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로,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일컫는 말이다. 세간에서는 대학 교수가 학문적 전문성으로 정치에 기여해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주장과 교수의 지나친 정치 외도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 당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각기 다른 두 기자의 시선으로 폴리페서에 대해 알아보자.



정치 참여는
국민의 기본권

'자신을 수양한 후에 남을 교화해야 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정치가의 덕목 가운데 하나다. 즉 오랜 수련과 깊은 공부로 단련된 사람만이 좋은 정치를 베풀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의 정치 참여는 우리 사회에 전혀 해가 될 것이 없다. '폴리페서'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은 대한민국의 주춧돌인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출생과 동시에 5대 기본권을 부여한다. 평등권, 자유권, 사회권, 청구권, 참정권은 대한민국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다. 이 중 참정권은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만 19세 이상 국민에게는 선거권이, 만 25세 이상 국민에게는 피선거권(대통령 선거는 만 40세 이상)이 주어진다. 우리 헌법 제37조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에 위해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폴리페서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난은 이러한 측면에서 심각한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는 직업으로서가 아닌, 국민으로서 평가돼야 한다. 만일 교수라는 직업을 문제 삼아 그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한다면 이는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시민 상식에도 어긋난다.

오히려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국가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학문과 정치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옛 성인인 공자는 학문의 완성을 통해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것을 꿈꿨고, 그리스의 플라톤도 철학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이상적이라는 '철인정치론'을 펼쳤다. 조선시대의 율곡 이이, 정약용도 후학양성과 정치활동을 모두 중시 했다. 지식인은 당연히 자신의 지식을 현실에 적용시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인 교수들이 정치에 참여할 때 더욱 참신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미국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행정학의 시조'로 불리는 행정학 교수이기도 했다. 윌슨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관세 인하, 대규모 통화개혁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후 그는 10만 달러 지폐에 그려질 정도로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까지 했다. 이처럼 교수가 정치에 참여해 선정을 베푼다면 삶의 질은 보다 향상될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을 통해 "국가는 완전한 지혜를 갖춘 철학자가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페서(polifessor)가 전문성을 갖고 올곧게 민의를 반영할 때, 사회와 국가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홍슬기 기자
hakbosg@donga.ac.kr


유권자만큼 학생도 중요하다

지난달 18일 경희대학교에서 학생 100여 명이 폴리페서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 측에 폴리페서 방지규정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폴리페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대학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낙선한 교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학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영예를 좇아 강단을 떠난 교수들이 낙선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온다"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대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현직교수 29명 중 낙마자는 23명이다. 낙선한 교수들은 당연한 듯 학교로 복귀했다. 총선에 출마하며 휴직계를 제출한 교수는 고작 6명에 불과했다. 그들이 본업을 등지고 선거운동에 전력을 쏟는 동안 학생들은 스승을 잃었다. 잦은 휴강과 부실한 수업 등으로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당했다. 결국 모든 피해는 교수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으로 강의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교수 재직 중 선거에 출마해 그 기간 동안 학생들을 '나 몰라라' 하는 것도 문제지만, 휴직을 하고 국회의원직을 겸하는 것 또한 문제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되고서도 휴직을 할 뿐 자신의 자리를 오롯이 내어 놓는 교수는 많지 않다.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면 새로운 학자가 발굴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학문은 진보할 수 없고, 이로 인한 고등교육의 정체는 국가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정계에 진출하는 교수의 사직을 당연시 여긴다. 게다가 대학들은 폴리페서를 방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학생들이 교수의 정치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미국의 한 대학은 정계에 진출 했던 교수가 복직하려면 임용 과정을 다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교수의 공백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대학의 학문적 수준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대부분은 관련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흘러도 폴리페서들은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위한 대학당국의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뒷전으로 한 채 개인의 영달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진정으로 자신의 배움을 정치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건전한 의도를 가진 교수는 정치 참여 과정에서부터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당신에게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만큼 당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역시 소중하기 때문이다.

여다정 기자
hakbod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5호 201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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