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특집]오늘을 기다렸어요
[성년의 날 특집]오늘을 기다렸어요
  • 서성희
  • 승인 2012.05.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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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꽃이 무르익는 성숙의 계절이 다가왔다. 인간의 삶을 초목에 비유한다면, 지금 성년을 맞이한 만 20세 청춘들의 모습은 만개한 꽃과 같지 않을까? 오는 21일은 바로 '성년의 날'이다. 행정안전부는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격려하는 날'로 성년의 날을 정의하고 있다. 올해로 성년이 된 기자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성년의 날의 유래와, 이 세대가 어떻게 이 날을 기념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성년의 날이 제정되기 전에는 성년식을 치렀다. 성년식에 관한 기록은 삼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한시대 마한에서는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그들이 훈련 받을 집을 짓는 성년식이 행해졌고, 신라에서는 성년이 되면 중국의 제도를 본 따 관복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문헌상에 나타난 최초의 성년식은 '고려 광종 16년에 태자에게 어른들이 입는 원복을 입혔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년례는 중류층 계급 이상에서 보편화됐다. 그러나 조선말, 단발령으로 인해 상투를 트는 풍습이 사라지면서 차츰 퇴색됐다. 이후 성년의 날은 1973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으며, 1975년에는 기념일이 4월 20일에서 5월 6일로 변경됐다. 그리고 1984년 5월 셋째 주 월요일로 성년의 날이 변경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현재 성년의 날은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성년의 날을 어떻게 기념하고 있을까? 이제 더 이상 등에 줄을 꿰지도, 상투를 트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이날의 주인공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로 성인이 됐음을 축하한다. 그렇다면 성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을 주고받는가? 바로 '성년의 날 3대 선물'인 장미꽃과 향수, 그리고 키스다. 이 셋은 각자가 지닌 독특한 의미로 이 날을 더욱 뜻 깊게 만든다.

남녀 구분 없이 가장 많이 받는 선물은 '향수'다. 향수의 의미는 '언제나 나를 기억해 주세요'다. 하지만 성년의 날에 선물하는 향수의 의미는 다르다. 성인으로서 자기만의 향을 가지라는 것이다. 선물 받는 사람의 이미지와 성격을 파악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향수를 줘야함은 물론이다.

두 번째 선물은 바로 '장미'다. 장미의 꽃말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청춘들과 잘 어울린다. 붉은색은 '열정', 분홍색은 '행복한 사랑', 하얀색은 '순결한 사랑' 등 장미꽃의 색깔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니 고려한 뒤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민캠퍼스 맞은편에 있는 한 꽃집 사장님께 성년의 날에 장미가 얼마나 팔리는지 물어봤다. 사장님은 평소보다 30~40% 정도 매출이 상승한다고 답변했다.

마지막, '키스'다. 성년의 날에 선물하는 키스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살 그들의 청춘과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이제 막 성인이 된 청춘들에게 성년의 날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뜻일 테니까.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더 큰 책임감을 의미한다. 분별력 있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하며, 어쩌면 웃고 싶지 않을 때도 웃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남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 격려하고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고취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해왔다. 청소년정책과 이명은 담당자는 "성년의 날은 기성세대가 성년이 되는 청소년들을 사회 일원으로 인정해 주고, 청소년들은 성년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성년의 날, 가족·친구·연인끼리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좋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더 이상 나를 돌봐 줄 보호자는 없다. 초등학교 때처럼 친구들과 싸웠다고 부모님이 학교로 오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스스로 감당하고, 결정해야한다. 덜컥 겁이 난다면,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자. 내가 만들어갈 미래와 그 속의 나를 그려보는 것이다. 혁명가 체 게바라는 "우리는 늘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현실에 얽매이기보다 꿈을 좇는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다. 이제 더는 두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며 물러날 곳도 없다. 겉모습만으로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면을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투화(가명) 이병의 수양록

5월 21일 월요일 맑음

아침 6시, 오늘도 어김없이 점호와 함께 하루가 시작됐다. "구보 준비." 매일 하는 것이지만 오늘은 왜 이렇게 몸이 무거웠는지. '조깅'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는 군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 그런지 땀을 많이 흘렸다.

하루 종일 지속된 군생활의 압박. 그리고 저녁이 돼서야 주어진 개인 정비시간. 여자 친구인 고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축하해." "뭘 말이야?" "오늘 성년된 거 축하한다고, 군대 가더니 시큰둥해졌냐?" 성년의 날이었구나. 그런데 그 성년의 날을 군대에서 맞이하다니. 속상하다. 말은 안했지만 여자 친구가 섭섭해 하는 눈치다. 군대에 있지 않았다면 여자 친구와 함께 보냈겠지. 그녀에게 장미를 주고 함께 저녁을 먹었을 것이다. 매일 하던 데이트였는데 오늘 따라 더 생각난다.

성년의 날, 일단 제대하면 어른이 될 것 같다. 정말 사람을 철들게 만든다. 2년 후에는 좀 더 늠름해질 나를 기대해본다. 지금보다 훨씬 성숙해진 나를. 그러니까 참고 견디자. 단지 여자 친구가 보고 싶다. 아까 전화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끝내 하지 못하고 끊어 버렸다. 내일 전화로 말해야겠다.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무신(가명)의 일기

5월 21일 월요일 맑음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로 갔다. 강의실에 미리 도착해있던 친구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수다스러웠다. "우리 오늘 한 잔 하러 가자." 그때서야 책상위에 놓여 있던 장미와 선물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성년의 날'인 것이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날이 오늘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웃고 떠들고. 그런데 왜 이렇게 씁쓸해지는 것일까?

두 달 전, 남자친구인 전투화가 군대에 갔다. 그래서 나는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애매하다. 솔로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과 동기다 보니 매일같이 함께 생활했는데, 이제 옆에 없으니 많이 허전하다. 그래도 그동안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남자친구의 빈자리가 더 크다. 만약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지 않고 옆에 있었다면 오늘 우린 어떻게 보냈을까? 잘 모르겠다. 그냥 별일 없이 지냈을 것 같다.

성년의 날,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벅차거나 설레지도 않는다. 성년의 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내가 너무 무신경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성년의 날이라고 호들갑 떨고 싶지 않다.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조금 달랐겠지. 오늘 따라 더 보고 싶다. 그냥 조용히 자야지.




□인터뷰1-"옆구리가 시리다"

올해로 만 20세가 된 김현주(식품영양학 2) 학생은 성년의 날 선물로 남자친구를 원했다. 모태솔로인 그녀는 "늦은 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연인들끼리 지나가는 것을 보면 부럽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부쩍 외롭다는 그녀.

성년의 날 어떻게 보낼 예정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한숨부터 쉬었다. "스터디 선배들과 보낼 것 같다. 아직까지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바람직한 성년의 날에 대해 질문해봤다. "바람직함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즐겁게 보내면 된다. 나중에 돌이켜 볼 수 있는 추억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성년이 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녀의 표정이 돌연 진지해졌다. "책임감이 먼저 느껴진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그녀. "하지만 내 또래 모든 사람이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녀는 눈을 찡긋해 보였다.

김현주 학생은 성인이 되는 것이 전혀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렌다. 나이가 많아지는 것일 뿐 어차피 내가 선택하는 내 삶이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던 그녀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래도 아직 철들려면 멀었다. 성인이 된 만큼 생각하는 깊이도 그 만큼 깊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인터뷰2-"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올해 만 20세가 된 이동민(스포츠지도학 2) 학생은 "특별한 날"이라고 성년의 날에 대해 말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재밌고 알차게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성년이 되는 기분이 어떤지 물어봤다. "어릴 땐 빨리 어른이 됐으면 했었지만 막상 나이가 드니 많이 아쉽다."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그는 기대와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우선은 성년이 된 것을 즐기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내 스스로가 성년이 된 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어봤다. "장미나 향수는 너무 식상하다. 벨트나 지갑, 구두 등의 선물을 받고 싶다"고 전했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편한 복장만 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멋을 부리고 다녀야 하지 않겠냐"고 수줍게 덧붙였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영락없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이제 진짜 성인이 되었으니 어린애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글 = 최정아 기자


동아대학보 제1095호 201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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