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었던 이야기] - 사이코패스 진화론 : 소시오패스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 - 사이코패스 진화론 : 소시오패스  
  • 서성희
  • 승인 2012.05.1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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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고 완벽한 수법으로 무자비하게 인간을 도륙하는 연쇄 살인마. 사이코패스는 이따금식 극단적인 범죄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그런데 이 사이코패스들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위에 평범하게 녹아들어 새로운 게임을 계획하고 있다.

KBS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장일은 자신의 성공과 야망을 위해 친구 선우를 곤경으로 내몰며 자신의 욕망만을 채운다. "내가? 내가 왜? 내가 너를 해칠 이유가 뭔데. 증거라도 있어? 선우야, 그러지 마. 난 너를 친 적이 없어. 난 니 친구잖아, 난 니 친구잖아." 장일은 거울 앞에서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다. 다른 사람은 나의 성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세상은 남을 누르고 이기는 것만 존재하는 지배게임일 뿐이다. 이른바 '소시오패스'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분류된다. '살인마'로 흔히 대변되는 사이코패스는 즉각적이고 말초적인 욕구를 추구하며 충동적이고 폭력적이다. 때문에 대부분 연쇄살인이나 토막살인 등 극단적 범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들은 굉장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소시오패스는 이러한 '사이코패스'가 현대의 무한경쟁사회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들 또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의 잔혹함과 충동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이코패스보다 훨씬 이성적이며 감정 조절 능력도 뛰어나다. 다시 말해 사이코패스는 상대의 고통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상대의 고통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 때문에 고도의 심리적 게임을 벌여 타인을 속이고 조종해 원하는 것을 착취하기도 한다.

이들은 긍정적 첫인상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은 뒤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무장해 우리 곁에 존재한다. 거짓말에 능한 소시오패스들은 위장술에 탁월하며 강력한 추진력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또한 권력과 돈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 현대사회의 경쟁구조는 소시오패스라는 괴물에게 최적의 성장 환경이며 놀이터인 것이다.

소시오패스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학계에서는 감정의 제어를 담당하는 전두엽 회로 기관의 기능이 선천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괴물'이 선천적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공지향주의 사상이 일찍부터 나타난 서구사회는 동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4배 많은 소시오패스가 존재한다. 이는 지나친 경쟁구도가 소시오패스 성향을 부추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극도의 성공지향주의를 향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소시오패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매력적인 소시오패스 캐릭터도 사람들의 그러한 성향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이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에게는 아첨하고 빌붙는다. 자신의 성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과장하고 부풀린다. 주변 사람들을 이간질해 갈등을 일으키고 자신이 하는 일에 반대하면 무조건 적대한다. 자신이 맡은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남에게 떠넘긴다. 또한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유난히 비밀이 많다. 누군가 짚이는 사람이 있는가? 가슴이 찔리는가? 조심하자. 당신도 이미 소시오패스에게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성훈 기자
hakbopsh@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5호 201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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