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김부장, 영남대로를 가다③ 대구 영남대로 옛길 ~ 문경새재
[연재]김부장, 영남대로를 가다③ 대구 영남대로 옛길 ~ 문경새재
  • 서성희
  • 승인 2012.11.1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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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새재 제3관문 조령관.

 

팔조령을 넘으면 산에 가렸던 대구의 모습이 보인다. 현재 대구는 광역시인 만큼 도시화가 많이 진행돼 영남대로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에서 '대구 골목투어'란 관광상품을 개발하면서, 대구를 지나는 영남대로의 흔적을 찾아 벽화를 그리고 구조물을 세우는 등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영남대로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대구 시내의 영남대로를 걷다보면 절로 눈이 가는 곳들이 있다. 약령시(市)와 골목골목에 있는 여러 근대유적지들이 그것이다. 약령시는 한약재가 거래되는 시장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휴일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 아쉬웠다. 대신 오래된 건물과 유명 인물의 고택들을 보는 걸로 만족했다. 유적들을 둘러보면서 옛 역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유적이나 문화재에는 역사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그것들을 볼 때면 거기에 얽힌 역사들이 쑥쑥 떠오른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영남대로도 마찬가지 아닐까. 영남대로를 기억할 수 있는 매개체들을 찾아내고, 또 영남대로를 복원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긴 시간 동안 영남대로를 기억할 테다. 기자가 본 온갖 유적들이 영남대로가 빨리 복원돼야 한다고 외치는 듯하다.

동래에서 한양까지 걸어서 가려면 보통 14일이 걸렸다. 길손들은 근처에 몸을 누일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풍찬노숙을 했지만 보통 주막에서 밤을 보냈다. 많은 이가 밤을 보냈던 그 주막촌이 문경새재로 가는 길목인 고모산성 근처에 복원돼 있다. 이 주막촌이 있는 곳은 '꿀떡고개'라고도 불린다. 꿀떡고개라는 이름은 '이 고개를 넘을 때 꿀떡을 먹으면 과거에 붙는다'는 미신이 있어, 과거를 치러 가는 선비들이 반드시 주막에 들러 꿀떡을 사 먹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을 치는 사람의 마음은 똑같나 보다. 지금도 수능을 치는 날이면 부모님들이 시험장 정문에 엿을 붙여놓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꿀떡고개 근처에 관갑천잔도(串岬遷棧道)라는 길이 있다. 이 길은 영남대로 중에서 가장 험난한 길로 '토끼비리'라고도 불린다. '비리'란 강이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를 말하는 '벼루'의 사투리다. 토끼비리란 지명에는 특이한 설화가 있다. 고려의 태조 왕건이 남쪽을 정벌하기 위해 진군하던 중, 이곳에 이르러 길이 끊기고 말았다. 마침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는 것을 보고 따라가 길을 냈는데, 왕건이 그 길을 '토천(兎遷)'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토끼비리라는 지명은 여기서 유래했다. 문득 왕건에게 길을 내준 토끼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토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은 미래를 향한 길을 찾지 못해 절망하는 대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미래를 안내해줄 토끼가 나타나준다면….

토끼비리를 지나면 사극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새재가 보인다. 새재라는 이름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길이 잘 닦여 있어 옛말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새재를 꿰뚫고 있는 큰 길 사이사이에 영남대로 옛길이 조금씩 남아 있었다. 일부러 옛길이라고 표시된 곳으로만 다녔다. 옛 모습이 보존된 영남대로를 걸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실제로 선비가 되어 입신양명을 위해 한양 천 리 길을 내딛는 기분이랄까. 또 숲을 벗 삼아 걷는 길은 부산과 같은 도시와는 달리 맑고 상쾌했다. 부산에서도 이런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호에 계속…>

김무엽 기자
hakbomyk@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9호 2012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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