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0호 특집]<동아대학보> 제1100호 발간에 부쳐
[제1100호 특집]<동아대학보> 제1100호 발간에 부쳐
  • 손님
  • 승인 2012.12.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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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언론의 길

▲송문석 국제신문 편집국장

말이 부드럽고 활달하면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고 하고, 정중하고 소상하게 이야기하면 '주제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자세하게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공허하고 쓸모없다'고 하고, 자르고 줄여서 말하면 '이야기가 거칠고 화술이 모자란다'고 한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허풍이어서 쓸데없다' 하고, 작은 것까지 일일이 숫자 따지듯 하면 '도량이 좁다'고 한다.

한비자의 『난언편』에 나오는 글의 일부이다. 신하가 제왕에게 말하기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쑥떡같이 말해도 상대방이 찰떡처럼 알아들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찰떡같이 말했는데도 쑥떡처럼 받아들인다면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환장할 노릇이겠다.

1948년 6월 15일 창간된 〈동아대학보〉가 지령 1100호를 맞는다는 소식에 축하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오랜 기간 동아인의 입과 귀 노릇을 해오면서 겪었을 어려움이 어떠했을지 잘 알기에 격려와 위로를 동시에 보낸다. 그러나 한비자가 소통의 어려움을 지적했지만 언론은 이를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운명을 부둥켜안고 갈 수밖에 없다. 말할 때 말하지 않고, 써야 할 때 쓰지 않는다면 언론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하겠다.

불같은 시대였던 80년대 초 대학언론은 대학인들의 아고라이자 포럼이었다. 군부독재가 기성언론을 억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언론은 질식할 듯한 대학인들에게 작은 숨구멍이 돼주었다. 아카데미즘으로 포장한 저널리즘은 검열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전략이었다.

요즘 대학언론이 위기라는 말을 듣는다. 주간에서 격주간으로, 다시 월간으로 발행주기가 늦춰지고, 학보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다. 소통과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와 조직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동아대학보〉가 건필과 직필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기념비적인 1100호 발행

윤정민 부대신문 편집국장

추위가 매섭습니다. 겨울을 맞는 대학생들의 현실도 날씨만큼 차갑습니다. 취업 문턱에 선 취업준비생들, 스펙에 치이는 학생들, 졸업을 앞둔 친구들, 이제 막 학교에 들어온 후배들 모두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현실이 팍팍한 만큼, 이들과 함께하는 대학신문의 현실도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얼마 전 전국 곳곳의 대학언론사에 연락을 돌린 적이 있었는데, 많은 대학언론사가 사라지거나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더 낮아져 그 필요가 다한다면, 대학신문의 이름은 추억으로만 남게 될지 모릅니다. 한 명의 대학 언론인으로서, 하루하루 절박함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부대신문>이 창간 58주년을 맞았습니다. '효원인(부산대 구성원)과 함께 호흡한다'는 마음으로 거친 숨을 토해온 지난 세월을 축하하고자 기념식도 열었습니다. 또 동아인들과 함께해온 <동아대학보>가 기념비적인 1100호를 발행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쉬이 기뻐하기도, 편히 축하하기도 어려운 탓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학언론에 대해 다시 고민했습니다. 나는 왜 학보사에 들어왔고 신문을 만들고 있는지. 또 <부대신문>과 <동아대학보>가 그 오랜 세월 동안 상아탑의 발전과 그리고 시대의 진보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음을 새삼스레 되새겨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믿었습니다. 대학이 있고, 학생이 있고, 사람들이 있는 한 대학언론의 역할도 여전히 그곳에 있음을. 앞으로 대학언론이 해야 할 일이 결코 적지 않음을 깨달은 지금, 이렇게 다시 펜과 수첩을 듭니다. 지금까지보다 더 험난할지 모르는 그 길을 <동아대학보>와 <부대신문> 모두 의연히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온 것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동아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상아탑을 지키길 기원합니다. <동아대학보>의 11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길목에서

박정현 부경대신문 편집국장

반갑습니다, 라고 시작을 해야 할까요. 제가 부경대신문사의 편집국장으로 생활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실 학보사 기자로서 누군가에게 원고를 청탁한 적은 많지만, 이렇게 원고를 청탁받은 적이 처음이라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떤 인사말을 건넬까, 어떤 글을 쓸까 하고 말입니다. 더욱이 우리 <부경대신문>이 아니라 옆 동네인 <동아대학보>에 제 글이 실린다고 생각하니 더욱 긴장되는 듯합니다.

먼저, <동아대학보>의 1100호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1000호를 훌쩍 넘어 벌써 1100호 발간이라니 놀랍습니다. 그동안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또 그에 따른 변화와 혁신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흔히들 현재 대학신문은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합니다. 전자기기 하나로 모든 정보를 접하는 이들에게 종이신문, 특히 대학신문이 관심을 받기란 무척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지금의 모든 상황들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위기를 우리의 꿈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지금껏 노력한 <동아대학보> 기자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앞으로도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온전한 하나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밤을 지새우고 있을 <동아대학보> 기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 또한 학생기자로서의 생활이 쉽지 않은 것임을 알기에 <동아대학보>의 1100호 발간이 더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경대, 동아대뿐만이 아닌 수많은 대학신문의 존폐 위기 속에서도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과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더불어 앞으로도 대학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동아대학보>가 되기를 바라며 격려를 보냅니다.

 

언론은 사회의 '허파'

박경우 신문방송학과 교수

<동아대학보>의 제1100호 발행을 축하드립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신문이 1700호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2008년부터는 월1회 발간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동아대학보>는 그 자체로 우리 대학과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긴 세월 땀과 노력을 바친 전·현임 편집국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학부 시절, 월요일마다 기자들이 나눠주는 신문을 읽으며 한 주를 시작했습니다. 신문에는 한 주간 대학에서 벌어진 다양한 소식뿐만 아니라 학술적 이슈, 학우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특히 언론의 암흑기인 1980년대에 대학신문이 보여줬던 '강단'은 우리가 대학신문을 사랑했던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공 탓도 있겠지만, 재미있어서 기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화려했던(?) 과거와 견주면 지금 대학신문의 위상은 너무나도 약화됐습니다. '정보사회'라고 하는 21세기가 10년도 더 지났는데, 정보 생산 및 유통의 중심축을 자임하는 대학신문은 존재가치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회에 공기를 통하게 하는 것이 바로 언론임을 생각한다면 대학신문의 약화는 대학사회의 약화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언론은 허파와도 같아서 언론이 폐색되면 사회도 경색되기 때문입니다. 100여 년 전 막스 베버가 "사회의 건강을 위해 언론인의 책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제 언론에게는 정보 제공 못지않게 공론장 역할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학신문은 대학사회 공론장이 돼 여러 논의가 끓어 넘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신문과 대학을 모두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군사정부 시절, '궁핍한 시대의 지식인'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지만 또 다른 의미의 궁핍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동아대학보>도 부디 소명 의식을 갖고 시대의 횃불이 돼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성의 산실로 발전하길

이유정 다우미디어센터 방송편성국장

<동아대학보>의 제1100호 발행을 축하드립니다. 1948년 창간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아인의 알 권리를 위해 힘쓰신 선배, 동료 기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1100호를 맞이하기까지 이곳저곳에서 불어온 거센 바람을 모두 이겨내고 학보가 더 단단하게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신 선배 기자님들, 선배들의 뜻을 이어 나가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동료 기자님들, 그들이 있었기에 <동아대학보>가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기다란 선이 있다 해도 그 선을 채운 것은 무수히 많은 점입니다. 하나의 점이라도 빠진다면 미세한 균열이 생기게 마련이고, 선은 끊어지고 맙니다. 수많은 선배 기자들의 헌신과 후배 기자들의 노력이야 말로 <동아대학보>라는 긴 선이 탄탄히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것입니다.

방송국과 학보사가 '다우미디어센터'에서 동고동락한 지 햇수로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함께 하기에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자가 없으면 영웅도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할 때 상대편에게 자극을 받아 능률이 향상되는 현상을 '사회적 촉진'이라고 하는데, 방송국과 학보사가 그런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료가 되기도,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경쟁자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아대학보>의 1100호 발행은 방송국에게도 기분 좋은 자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이 자주 회자됩니다. 이는 여러 타 대학언론이 통폐합, 축소, 폐간됨으로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다우미디어센터도 이러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아대학보>와 동아대방송 DUBS가 손을 맞잡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자로, 때로는 동반자로 서로를 지탱해준다면 다우미디어센터는 대학언론을 대표하는 지성의 산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만의 코끼리를 만들지 않도록

강언주(국어국문학 4)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맹인이 코끼리를 더듬는다는 뜻으로 불교 경전인 열반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인도의 왕이 여러 명의 맹인을 불러 놓고 코끼리를 만지게 한 후, 각 맹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코끼리에 대해 말해보라 했습니다. 그러자 코끼리의 상아 부분을 만진 맹인은 코끼리가 무같이 길쭉하게 생겼다고, 귀 부분을 만진 맹인은 코끼리가 곡식을 까불러 골라내는 키 같다고, 다리 부분을 만진 맹인은 코끼리가 커다란 절구공 같다고 답했습니다. 맹인들은 각각 자신이 만진 부분을 전부라 여기며 코끼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원고를 쓰기 위해 이제껏 나온 학보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평소 학보를 도외시한 것은 아니지만 헤드라인만 읽고 지나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저는 제가 앞선 이야기의 맹인과 같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문제나 상황을 접하고, 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보단 저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일반화 시켜왔던 것입니다. 다른 시선을 지닌 학우들이나 학교의 관계자들이 있음을 어렴풋하게 짐작할 뿐, 이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할 기회가 흔하지 않기에 저만의 코끼리를 만들어 온 셈입니다.

대다수의 동아인들이 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깁니다. 아니 어쩌면 자신 앞에 커다란 코끼리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지낼 수도 있습니다. 코끼리의 행보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간과하거나, 신경 써야 할 다른 사정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보는 이러한 동아인들에게 코끼리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며, 코끼리의 존재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횟수가 1100회에 이르니, 지금까지 수고한 손길이 무척이나 많았을 것입니다. 노고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앞으로의 학보가 더욱 다양한 목소리로 코끼리의 면면을 전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1100호 발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파이팅입니다.

동아대학보 제1100호 2012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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