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곡 기르던 아지매 펜을 잡다
석곡 기르던 아지매 펜을 잡다
  • 관리자
  • 승인 2010.04.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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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 회 문학사랑 수필부문 신인작품상 수상/박재연 (원예학과 71학번 동문)

최종수정일 / 2008년 11월 13일



사진 : 박재연(원예학과 71학번) 동문

 

이 세상에서 쓰이는 수많은 단어 중 들으면 괜히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는 단어는 '엄마'이다. 우리는 엄마에게 많은 것을 바라고 고마워하고 또 미안해한다. 우리대학교 박재연(원예학  71학번, 현 분자생명공학) 동문은 이렇듯 애틋한 엄마 이야기를 써 제66회 문학사랑 신인작품상 수필 부문에서 당선됐다. <외상장부와 같은 유서>와 <염치>가 수상작이다.

엄마는 내 인생의 참고서

박 동문은 수필을 쓰는 것 외에도 석곡이라는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을 '지천명에 맞는 중후한 몸무게의 펑퍼짐한 아줌마'라고 소개하는 그녀는 쉰을 훌쩍 넘어섰다.

신인작품상 수상을 축하한다고 했더니 오히려 부끄럽다고 하는 박재연 동문. 경남 고성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그녀는 석곡을 기르는 그야말로 '촌아지매'다. 하지만 소녀 같은 마음과 함께 후덕한 인심도 가지고 있다.

엄마 마음은 자식을 낳아봐야 안다고 했다. 그렇다면 훌쩍 커버린 아들 둘을 두고 있는 박 동문이 바라본 엄마의 옛 모습, 그리고 추억들은 어떨까. 살아가면서 '엄마'라는 참고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박 동문은 엄마가 주신 삶의 철학들을 자신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수필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억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물질이 부족하고 생활이 불편한 시대를 살았던 부모님들의 지혜와 넉넉한 마음에 대해 쓰고 싶다"며 후배들이 나중에라도 뒤돌아볼 때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박 동문.

수필 당선작 <외상장부와 같은 유서>는 30대 시절 박 동문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박 동문은 "대학 수업료를 많이 내고 배움을 얻는 만큼 삶 어딘가에 그것이 에너지로 축적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다"는 진리를 터득하며 그러한 생각이 자신의 인생관으로 발전했다고. 또 다른 작품인 <염치>는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다. 어릴 적 집에 찾아왔던 걸인 중 엄마가 특별대우를 해줬던 걸인에 관한 내용으로, 어릴 땐 확실히 알지 못했던 그 마음을 박 동문이 엄마의 나이가 되면서 비로소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을 글로 쓴 것이다.    

민박집 주인 아지매가 되다

작은 기억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꼼꼼함을 지닌 박 동문은 꽤 시원한 면모도 있다. 바다가 보인다는 이유로 집 한 채를 덜컥 산 것이다. 물론 수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지만 '아줌마의 반란'으로 마련한 바다가 보이는 집은 마치 '클레멘타인 노래'에 등장하는 바닷가 오두막집이 연상된다."관광이나 유람이 아닌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이완시키고 푹 쉬었다 갈 수 있는 민박집을 만들고 싶었다"는 박 동문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박 동문은 이렇게 소녀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지만 현실을 날카롭게 보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는 것도 많고 말도 똑 부러지게 잘 하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일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는 박 동문. 그녀는 "가슴이 머리보다 아래에 있는 것은 머리보다 가슴이 단 1%라도 커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감성으로 세상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런 세태 속에서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자연, 사물, 사람을 가슴으로 보고 느껴 차곡차곡 쌓아둘 것을 당부했다.

박 동문은 "먼 훗날에는 따뜻한 가슴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교에서 동아문학상이나 독후감 공모전뿐만 아니라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석곡을 기르던 촌아지매 박재연 동문. 자식을 돌보던 따뜻함과 석곡을 돌보는 섬세함으로 글을 써나갈 박 동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송자은 기자
hakboje@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66호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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