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 그는 젊다. 나이만 보고선 '뭘 그리 많이 겪었을까' 싶다. 하지만 손현욱 동문은 남들이 모두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힘겨운 사투를 벌일 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잘 나간다'.
조각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손 동문은 마치 조각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중학교 1학년 때 미술을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조각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손 동문은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우리 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게 되었고 이후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전공을 했다.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손 동문의 인생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는 "가족들의 후원과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손 동문은 외부강사 일도 함께 하게 되었고 지금은 한국테크노과학고 미술교사가 되었다. 우리 대학에도 출강해 '퍼블릭아트(공공미술)' 강의를 맡고 있다.
그는 "주로 야외에서 이뤄지는 공공미술은 일반 전시미술에 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데 실전에서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동문은 2005년 '서울 현대 미술대전' 조각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후, 2007년 부산시청전시관에서 첫 작품전을 열었다. 정신적·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손 동문은 "조각을 관둘 때 관두더라도 개인전 한번 열어야 앞으로도 후회나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연 손 동문의 첫 개인전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4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손 동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아왔고 20개가 넘는 화환이 들어왔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인사말을 할 때는 눈물이 날 뻔했다"고 웃었다.
"사실 이 일을 하면서 수십 번도 더 현실과 부딪히고 보장되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늘 가지고 있었다. 적게는 몇 십에서 많게는 수백 만 원을 작품에 쏟아 부어야 하는데 수입이 없으니까 앞으로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는 불안을 말끔히 없애준 것은 2007년 첫 개인전 이었다. 이후로 손 동문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손 동문의 작품은 재미있다. 아니, 손 동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트'가 있다.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보고 즐길 수 있는 친근하고 대중적인 소재를 사용한다. 따라서 코끼리, 꽃게, 개와 같은 동물이 주된 소재가 되기도 한다. 손 동문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쉬운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가벼운 작품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 작품명 「CRAB BEACH」, 2007
▲ 작품명 「길들여진 사자」, 2007
"기회는 반드시 온다"
우리 대학에 출강하고 있어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 손 동문은 수업 중에 허심탄회하게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는 손 동문은 후배들에게 "몸이 힘들어도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란다"면서 "눈 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터뷰 내내 곳곳에서 반갑게 학생들의 인사를 받는 손 동문은 첫 눈에 봐도 후배,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손 동문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내년 1월에 서울에서 열릴 '3인전(3人展)'을 꼽았다. 손 동문의 말처럼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위해 달리고 있었다. 그의 멈추지 않는 '승승장구' 인생을 기대해본다.
박준영 기자
hakbojyp@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2호(2010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