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고통 받는 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 장소영
  • 승인 2010.05.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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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8년 06월 04일


최근 한 달 새에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미얀마에서는 5월 초 시속 200km의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국토를 휩쓸면서 십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긴급 구호가 필요한 주민만도 200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뒤이어 5월 12일 중국 내륙 깊숙이 위치한 쓰촨성에서는 상하이, 베이징 등지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그 결과 공식 집계만으로도 수만 명이 사망했다고 전해지는데, 교통·통신시설이 복구되면서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살아남은 주민들도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로 극심한 고초를 겪고 있다.

신문·방송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듣기는 하지만, 이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일순간 우리 가슴 한편에 박혔던 이들의 가슴 저린 사연들은 숨 가쁘게 전개되는 우리네 일상 속에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고통을 덜어주려 했던 마음이 도움의 손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웃의 고통과 아픔을 좌시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길러 왔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의 압축된 근대화 과정에서 '빨리빨리'가 몸에 배고 이웃을 경쟁상대로만 여기게 되면서, 주변을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고 말았다. 특히 남북한의 분단과 동서 냉전의 국제정치 상황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한반도의 남쪽에 붙박아놓음으로써 이웃나라의 사정을 둘러볼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다. 그 결과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경주마처럼 우리는 나와 내 가족, 내 나라 내 민족만 챙기는 극악스러운 이기주의적 행태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간의 고도성장을 통해 경제적 여건이 꾸준히 개선되었고, 냉전체제의 해체와 더불어 남북한 간의 긴장도 해빙 무드에 접어드는 등 주변 여건이 개선되면서, 한반도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우리의 몸과 사고는 조금씩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과거 특권층의 상징이었던 해외여행 및 유학이 일상사가 되고, '적성 국가' 북한에 공단을 건설하고 관광을 다니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행동은 아직도 미담거리로만 여겨지고 있다. 특히 강력한 자민족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이웃 나라의 고통과 아픔을 '강 건너 불구경' 정도로 여기는 태도를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은 세계화, 지구화의 물결에 깊숙이 몸 담그고 있다. 미국 축산업계의 강력한 로비가 한미FTA협정 체결에 뒤따른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조치를 이끌어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작금의 현실이 단적인 예이다. 세계화는 이처럼 신자유주의 물결로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세계화의 한 측면일 뿐이다. 이와 달리 전 인류가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인종, 민족, 성, 계층을 가리지 않고 인류가 서로 돕고 의지하는 지구촌(Global Village)을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의미의 세계화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낡은 세계화의 물결을 뒤엎고 새로운 세계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계 곳곳을 누비는 '몸의 세계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다른 민족, 인종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의 세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최근 자연재해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우리 이웃의 미얀마, 중국 쓰촨성의 주민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뻗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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