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
내 탓이오!
  • 장소영
  • 승인 2010.05.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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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03월 05일


우리는 대개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는 다 자기가 유능하거나 잘해서 그 일이 잘 됐다고 믿는다. 하지만 일이 실패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바깥으로 돌리곤 한다.

그런데 문제의 책임을 자신의 바깥으로 귀속시킬 때는 실패의 원인과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성공과 발전은 어떤 상황에서건 "내 탓이오"라고 주문을 외우며 자신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마법처럼 찾아온다. 남 탓을 많이 하는 요즘 시대야 말로 1989년에 진행했던 천주교평신도협의회의 사회참여캠페인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너와 너희 모두를 위하여"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생활하시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사회적 메시지는 어려운 이 시기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내 탓이오"라는 문구의 스티커를 당신의 승용차에 붙이시면서 캠페인을 주도하셨을 때와 같이 그 분의 가르침이 정화와 각성의 촛불이 되어 "내 탓이오" 운동을 꼭 다시 진행하는 촉매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 때도 귀책사유를 범인보다는 비극적인 사건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사회 내부로 돌렸던 미국인들이 생각난다. 범인과 같은 국가와 민족, 인종인 관계로 연대적 죄의식을 지니고 있던 우리사회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니 가슴이 아파"라는 표현으로 "내 탓이오"를 외치는 미국사회의 성숙한 국민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수능 부정과 교육 비리로 얼룩졌던 과거에 그 모든 것이 전부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하면서 사회 각계의 원로들이 우리사회의 윤리붕괴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초리를 들어 자신의 종아리를 때렸던 일도 생각이 난다. 국민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그분들은 하얀 소복을 입은 채 돗자리 위에 꿇어 앉아 고개를 숙이고 '석고대죄'를 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비판과 독선 및 불신을 키워가고 있다. 증폭된 위선과 무감각해진 죄의식으로 고유한 인간관계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꼭 필요한 것이 "내 탓이오"라는 책임의식이 아닐까? 그동안 많은 분들이 앞장서서 성숙한 사회 가꾸기를 외쳐왔으나 말 뿐이었고 제대로 한 게 없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 모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제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내 탓이오"라고 외치는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어쩌면, 그것이 87세의 나이로 향기롭게 세상을 떠나신 노(老) 추기경께서 호소하고 싶었던 살아생전 당신 자신의 기도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탓이오!


동아대학보 제1068호 (2009.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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