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날지 않아도 된다
오리는 날지 않아도 된다
  • 장소영
  • 승인 2010.05.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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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0년 01월 21일


뉴 밀레니엄의 21세기를 맞이한 지 벌써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금년은 한국 현대사의 많은 변화를 매듭짓는 수식어가 'OO주년' 식의 10단위 숫자와 연관되는 특별한 해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국제 경기의 회복세에 힘입은 반도체, IT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등 기뻐할 일들과 아울러 국내 경기의 더딘 회복에 따르는 청년 실업 증가, 고용시장 침체 등 어려운 일들을 동시에 겪었다. 기쁨은 도약을 위한 원동력이 되겠지만, 어려운 일들은 아직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진학생 수의 현격한 감소에 따른 무한 경쟁 속의 생존이라는 위기감은 대학으로 하여금 과거의 안주에서 벗어나 변화와 개혁이라는 외길로 들어서게 하였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대학만이 이런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다른 분야에도 해결하기 힘겨운 일들이 버티고 있다고 하겠다. 민주화의 역사는 해를 거듭하는데 정치권은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잠겨 있으며, 경기 회복을 알리는 각종 통계지표의 이면에서 청년실업문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더욱이 사회의 다양화와 더불어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는 이익집단의 수가 증가하면서 우리의 가치관을 혼돈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명암을 모두 등에 업고 지난 격동과 발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새롭게 전진해야 한다. 이 같은 행진은 내실을 다지면서 동시에 국력의 신장을 통해 한국발(發) 신선한 충격을 세상에 전할 때 비로소 이루어낼 수 있다. 그간 국내외적으로는 실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분명한 점은 우리 모두는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개인과 집단, 그리고 국가 간의 문제가 모두 그렇다. 더불어 산다는 것과 경쟁, 개혁의 추구와 안정의 유지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표면에 떠오를 수 없는 속성을 가진다. 개혁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과연 속마음으로 확신에 찬 개혁을 부르짖는 것인지, 개혁이 자신의 이해에 반할 때 과연 외면하지 않는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은 개혁되기를 바라면서 정작 본인은 안정이라는 틀에서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보아야 하겠다. 개혁의 난관은 도처에 널려있다.

교육학자 리브스(R.H. Reeves)는 <동물학교>라는 저서에서 누구든 각각에게 주어진 목적대로 열심히 노력할 때 가장 잘 산다는 사실을 동물에 비유하였다. 본업인 수영을 소홀히 하고 대신에 달리기에 지나치게 힘 쓴 오리가 물갈퀴가 닳아 없어져서 수영을 못하게 되는 것처럼 다른 목적에 탐닉하거나 타고난 재주를 다른 곳에 쓴다면 무의미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오리를 보라. 멀리서 보면 아무 노력도 없이 그냥 둥둥 떠 있는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서 물갈퀴질을 끊임없이 해대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도약이니 비상이니 해서 뛰고 더 높이 나는 것만을 찬양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노력할 때 유무형의 힘이 합쳐져서 상승효과를 내면서 진정한 의미의 화합과 전진이 형성되는 것이다. 새해에는 남의 일에 나서기 전에 자신의 일에 소홀하지 않은지 되돌아보자. 오리는 날지 않아도 된다.


동아대학보 제1076호 (2010.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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