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야말로 정의를 가르쳐야 한다
대학이야말로 정의를 가르쳐야 한다
  • 서성희
  • 승인 2012.05.10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계수 고무도장이 찍힌 공책이 있었다. 운동회 날, 그 공책을 받을 욕심에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한 어떤 소년이 상품으로 놓인 공책 앞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그러나 결승선으로 뛰어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년은 원하던 공책을 받지 못했다. 김태길 교수의 수필집에 나오는 일화다.

결승선의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다하면, 사회의 평판이나 상이란 것은 저절로 따르기 마련이란 교훈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상을 받기 위한 로비나 지표를 염두에 둔 사업 실행이 상식처럼 된 요즘으로 보면 그야말로 교훈일지 모른다.

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만 몰락한 영웅 문대성 교수 사건으로 인해 최근 우리 대학은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사건 초반 이 문제는 국민대학교의 문제로 비쳤고, 우리 대학 행정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그 흔한 '사실로 밝혀지면, 원칙이나 규정대로 엄격히 처리하겠다'는 말 대신 그의 교수 임용이 박사 논문 표절과는 무관하다는 소극적인 견해를 밝히는 정도에 머물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난 후 우리 대학 당국은 교원인사위원회에 의한 문대성 교수 징계가 아니라, 실태조사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소극적 대응에 이은 실태 조사는 신중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언론매체로부터 일제히 '문대성 교수 감싸기'란 의혹을 받았다. 결국 대학 당국은 문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긴 했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정의를 가르쳐야 하는 교육기관이 취한 조치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새누리당은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내쳤으나, 그 같은 도덕성은 정치보다 교육에서 더 엄격하게 요구될 잣대다. 그것이 태권도이건 뭐건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문이라면, 도덕적으로 룰을 지키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월계수 공책 같은 것에 곁눈질하지 말고 결승선을 향해 묵묵히 뛰어가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 것은 언제나 학교의 몫일 것이다. 속임수를 쓰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하는 것 또한 정정당당해야 하는 스포츠 분야에 더 엄격하게 요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 분야에서 원하는 인성이 정정당당함이라면, 가르치는 자부터 정정당당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무엇보다 사회는 교육기관인 우리에게 속임수나 꼼수, 의리가 아닌 정의를 위해 솔선수범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학교 당국은 정의의 기준에 입각하여 문대성 교수 사건으로 비롯된 스포츠대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사건 처리를 통해 정의에 대한 우리의 의식수준을 외부에 보여야 한다. 그것이 아침마다 '정의에 굳세어라 우리의 대학교'라는 교가를 듣는 동아인 모두에게 어울리는 일이 될 터이다.

그리고 이참에 학부생의 과제물이나 대학원생의 논문 표절을 찾아낼 수 있는 '표절 방지' 시스템을 학교 당국이 대대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사후약방문 격으로나마 표절로 실추된 명예를 되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095호 2012년 5월 7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