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나아갈 길
대학이 나아갈 길
  • 서성희
  • 승인 2012.09.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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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대학을 '지식의 상아탑'으로 일컫는다. '상아탑(象牙塔)'은 19세기 프랑스 시인이며 극작가였던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의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예술지상주의 입장에 대한 평론가 생트 뵈브(Sainte Beuve)의 평가에서 유래되었다. 보통 세속적인 생활을 멀리하는 태도나 현실도피적인 학구 태도를 의미하였으며, 현재는 대학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대학이 상아탑으로 지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엇보다도 대학의 역할은 세속적 목적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지식과 학문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 대학들이 진정한 상아탑으로 불릴 수 있을까?

지금 우리 대학은 다양한 규제의 틀 속에서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받고 있다. 대학 평가의 대표적인 기준 중 하나가 취업률이다. 취업은 중요하다. 상아탑의 원래 의미에 따라 대학 졸업 후의 취업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은 지식과 학문을 추구하는 장으로서보다 취업을 위한 직업전문학교로서의 기능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현재 대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입시의 굴레를 벗어나기 무섭게 다시 '취업'이라는 또 하나의 입학시험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사회 구조적 문제도 있다. 취업 자체는 물론 어느 곳에 취업했는가로 졸업생과 대학을 평가하는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상아탑으로서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현실에 순응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진정한 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해주고,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업(業)'을 취사선택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생들 또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다양한 지식을 겸비하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한때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한 인사에 관한 일화가 있다. 그에 대해 주위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 중 하나는 FTA 협상에서 보여준 그의 뛰어난 창조적 아이디어였다. 이는 그가 미국의 유명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전공과 관계없이 독서 및 토론 등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든 대학의 정책 때문이다. 생물을 전공하는 학생도 경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도 줄기세포와 관련한 윤리 논쟁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도 소홀히 한 채 취업에 필요하다는 무언가를 준비해서 소위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새학기를 맞이하여 대학당국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좋아하는 대기업에 취업한 졸업생을 초대한 졸업생 간담회에서 앞서 언급한 인사가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기억난다. '전공 공부 충실히 하고, 독서를 많이 해야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라는 말이었다.

동아대학보 제1097호 2012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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