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를 마치고
대학축제를 마치고
  • 서성희
  • 승인 2012.10.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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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열리는 대학축제는 대학생들이 학업에서 잠시 벗어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서로간의 결속력과 애교심을 키우는 대학 문화의 중요한 축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1960년대 대학축제는 초청강연회, 학술제, 모의재판, 미술전과 음악회, 시낭송회와 연극공연, 체육대회, 쌍쌍파티 등의 프로그램에서 대학의 고전성과 보수적인 성향이 반영됐고, 캠프파이어와 함께 음주와 춤추는 행위가 표출되었다. 70년대는 학생들의 생활수준 및 의식수준 변화에 따라 대규모의 집단적인 축제를 통해 각종 민속 탈춤, 민요 부르기, 민속 경기, 대동굿 놀이 등의 전통적·민족적·집단적 양식의 행사로 변했다. 반면 민주화 변천시대였던 80년대에는 낭만적인 분위기보다는 마당극, 마당굿, 대동굿, 풍물놀이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학술제나 강연회 같은 행사보다는 흥분과 쾌감을 느끼는 오락성 행사들이 점차 확대됐고, 오늘날 대학축제는 과거 축제 양식에 대치되는 새로운 축제 양식이 표출된다기보다는 놀이 문화 위주의 개인적·소비적·향락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축제는 '쉼과 휴식의 철학'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는 6일간 일하고 하루 쉬는 안식일, 6년 농사를 짓고 7년째에는 사람도 땅도 쉬는 안식년이라는 '쉼과 휴식의 철학'이 있다. 쉼과 휴식의 철학이 없는 노동은 무미건조한 삶의 형태일 수 있다. 유대인들의 노동철학과 노동정신의 핵심은 쉼의 철학이고, 이 휴식의 철학은 소비와 쾌락이 아닌 문화적인 건전한 삶의 놀이에 근거하고 있다. 어느 심리학자는 "잘 노는 사람이 행복하고 그러한 사람이 일하는 것도 행복하다"고 했다.

쉼의 철학으로 간주될 수 있는 축제의 형식은 집단성·놀이성·상징성을 드러내며, 그 축제의 장에는 바람직한 삶에 대한 교훈과 가르침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젊은 대학생들의 놀이 문화에서 나라의 장래와 사회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다. 현재의 대학축제라는 놀이문화는 주로 소비적·향락적·쾌락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생들은 본연의 공부와 연구, 인격 도야와 넓은 세계관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상아탑은 대학생들이 미래의 주인공으로서 인격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젊은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미래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참다운 법치, 진정한 민주, 건전한 사회를 위해 학업의 연장선상인 대학축제의 방향과 내용도 그런 목표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학축제는 상아탑의 정신인 학업 정진과 지성 함양을 통한 건전한 가치관 형성, 도덕 회복, 전문성 획득, 창조적 사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아관을 원칙으로 해 개성과 학업정신, 창조성과 표현방식이 존중받는 형식으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대학문화에 대한 폭넓은 성찰을 통해 새로운 축제문화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학축제는 학술의 장과 문화향연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캠퍼스에 주점이 들어서고, 즐거운 노래와 춤 공연과 같은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는 내용이 아니라 상아탑 내의 지적ㆍ정서적 활동을 공유하기 위한 문화의 장으로 축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아대학보 제1098호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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