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료실에서 구덕산을 바라보며
[기고] 진료실에서 구덕산을 바라보며
  • 장소영
  • 승인 2010.05.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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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09월 10일

 


정세일 교수 (동아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구덕산에 가득히 핀 봄꽃들이 대자연의 그윽한 아름다움과 언제나 어김없는 자연의 변화와 질서에 대한 경외감을 올해는 특히나 깊이 느끼고 깨닫게 해 주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는 아픔은 인간에겐 너무 힘든 고통이지만 이 또한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봄바람에 고운 벚꽃 잎이 많이 떨어진다. 조용히 눈송이처럼 하늘에서 아름답게 떨어지는 고운 벚꽃 잎을 바라보면서 문득 고우신 송 교수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같이 나의 시간을 찾으러 나섰다.

필자가 의과대 학생일 때 처음 뵙게 된 송 교수님은 심리학을 전공하신 아주 지적인 여교수님이셨고, 나의 고민스런 문제에 참으로 진지하게 상담해주신 고마운 은사님이셨다. 그 후 나는 바쁜 인턴, 레지던트 생활로 일 년에 한 두 번도 채 뵙지 못하였다. 하지만 만날 때 마다 송 교수님은 제자에게 따뜻한 격려와 친절을 아끼지 않으셨다. 인턴 레지던트 시절에 바쁘단 핑계로 어머니께 아들 역할을 너무 못하고 무심한 것 같아서 휴가 동안에 어머니와 함께 재래시장에 갔었다. 시장에서 우연히 송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머니에게 아들 칭찬을 과분하게 해 주셔서 필자의 가슴에 평생에 간직할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셨다. 15년이 지난 아직도 그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께도 효도한 것 같아 어린 마음에 많이 기뻤다.

그리고 수 년 후 어느 날 내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의 12층 병실에서 송 교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나는 송 교수님을 뵈러 반갑게 병실로 들어섰는데, 교수님은 나를 보시더니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너무도 부드럽고 포근하게 안아 주셨다. 그러고 나서 눈가를 촉촉이 적시시면서 나에게 좋은 의사선생님이 되라는 당부말씀을 남기셨다. 마지막 인사였다. 아직도 한창 일하실 수 있으신데 새봄에 핀 벚꽃 잎이 떨어지듯 이 세상을 떠나셨다.

요즘 나는 미국 뉴저지 주립의대 전립선암센터에서 일 년간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여 전립선암의 연구와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선 전체 암 중에서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가장 높아서 미국 정부에서도 전립선암의 예방과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5년 동안의 암 증가율에서 전립선암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조사되었다. 향후 전립선암이 한국 남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이 될 것 같다. 적극적인 예방 노력과 정확한 진단 및 치료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간에게 건강한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진료실에서 전립선암과 최 일선에서 싸우면서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다짐해 본다. 봄꽃이 아름다운 구덕산에서 송 교수님께서 주신 건강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깊은 사랑의 교훈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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