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08년 08월 08일
좋은 기사를 쓰려면 사실을 토대로 한 취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모든 기자들이 아는 사실일 것이다. 필자는 수습딱지를 뗀 지 채 한 달도 안 되던 시절엔 기사를 배당받고 나서 참 막막했었다. 막상 기사를 쓰려니 쓸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글만 잘 쓰면 다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라, 취재한 것도 없이 아는 사실만을 가지고 기사를 쓰려니 분량이 나오려야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취재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필자에게 있어서 쉬운 취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취재 전에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야했고, 써야하는 기사에 대해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보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한 덕분인지 아는 것은 많아졌다.
최근이라고 하기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대학 스포츠과학대학 폭행사건이 부산 모 일간지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큰 사건이 일어난 뒤고, 그에 대해 기사를 쓸 의무가 있는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서 필자는 기사 쓰는 것이 두려웠고 또 망설여졌었다. 스포츠과학대학은 필자의 취재처라 자주 들러 취재처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는데, 필자가 취재원 관리를 잘못한 탓인지 아쉬운 소리를 꺼낼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대한 잘해주고 싶고, 좋은 기사만 써주고 싶은 것이 필자가 취재처를 대하는 마음인데 불미스런 사건으로 취재처 사람들과 마주쳐야 한다니. 게다가 학내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사건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부담됐다. 결국 그 취재는 잠시 보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지만 앞으로도 취재하는데 있어 곤란한 일이 또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쉬운 취재는 없는데, 취재만이 기사를 쓸 수 있는 길이다. 취재원과 시간을 맞추거나 학내 민감한 사안 또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장을 취재하는 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취재원의 냉대 등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필히 취재를 해야만 좋은 기사에 한걸음씩 접근하게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취재의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자라는 신분을 가진 지금이 좋은 것을.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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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입력일/ 2008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