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깜빡하다간 깜짝 놀란다
[데스크칼럼]깜빡하다간 깜짝 놀란다
  • 장소영
  • 승인 2010.05.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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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8년 12월 04일

 


김수정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20대 초반인 필자가 '나이가 들면서'라고 표현하기엔 서글프지만 정말 나이가 들면서 자꾸 깜빡깜빡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예전에는 밥을 먹기 전 친구가 "나중에 나한테 책 좀 챙기라고 해줄래?"라고 부탁하면 기억해 말해주곤 했었는데 요즘엔 내가 더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왠지 바보가 된 것 같아 스스로에게 꾸지람을 하다가도 자꾸 깜빡하는 행동이 필자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일단은 안심한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책상 위에 꼭 하나쯤은 올라와 있는 빈 음료수 캔. 많은 학생들이 그 속의 음료수만 '꿀떡' 삼킨 후 다 먹은 빈 캔은 나 몰라라 '살포시' 남겨두고 간다.

우리는 어느 정도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도의 도덕적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일부러그런 것이 아니라 '깜빡'했기 때문이라고 하자. 우리는 만인이 알고 있는 지성의 전당 속 대학생이니까.

또한 종이를 가지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책상에 끼적거리며 낙서를 해댄다. 자기가 쓰고 있는 게 종이인지 책상인지 '깜빡'한 것이다. 새로 바뀐 책걸상을 강의실 제일 뒤쪽에서 척척 밟고 지나가는 것도 물론 새 것이라는 걸 '깜빡'했을지도. 하지만 나중에 책상이 너무 더럽다며, 또는 오래됐다며 바꿔달라는 말은 하지 말자. 놀랍게도 그건 모두 우리가 한 것이니까.

자꾸만 잊어버리면서 점점 무지성인이 돼가는 듯한 학생들. 그들 틈에 한 무리가 더 있다면 바로 몇몇 교수와 강사들이다. 그들 또한 다를 것이 없다. 강의실의 책상 위와 마찬가지로 빈 음료수 캔과 종이컵이 자리 잡고 있는 교탁과 컴퓨터 책상. 시치미 떼며 "우리가 아니라 학생들이 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몇몇 몰상식한 학생, 교수와 강사들로 인해 양심적인 사람은 이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의식 개선과 관련해 몇 번이고 기사를 쓰면서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던 것 같다. 스스로가 깨닫고 '나 하나쯤이야' 보다 '나 먼저' 라는 생각으로 바뀌길 기다리는 수밖에.

우리는 좀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지성인이면 지성인답게 행동해야 하며, 인간적으로 성숙하다면 보다 나은 모습으로 솔선수범해 보여줘야 한다. 빈 음료수 캔과 함께 나도 모르게 두고 온 양심이 후에 없어졌다고 깜짝 놀라지 않도록.

참고로 말하자면 휴지통은 적어도 필자가 가봤던 모든 강의실의 앞문 혹은 뒷문, 그리고 캠퍼스 구석구석에 비치돼 있다. 이건 잊어버리지 말고 기억하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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