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처음처럼
[기자수첩]처음처럼
  • 장소영
  • 승인 2010.05.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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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06월 04일


‘처음’이라는 말처럼 설레고 긴장되는 단어가 있을까. 첫사랑, 첫 키스, 첫 기사, 첫 인터뷰 등등…. 어떤 사람들은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경험해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쉽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면 그 다음 단추도 잘 끼워야한다는 부담감에 어려웠고, 처음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시간이 흘러 지금은 마지막 단추를 끼워 넣고 있는 중이다.

2년간의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썼던 기사들이 동아대학보 속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나 싶다. 아직도 기억나는 첫 기사는 인문과학대학 여자화장실에 성추행범이 나타난다는 내용이었다. 동료기자와 함께 쓴 기사였고, 학보에 실린 것을 보며 뿌듯하고 흐뭇했던 것 같다. ‘나도 이젠 기사를 쓸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간사 선생님께서 기사를 몽땅 다 고쳐준 것은 기억도 못하고 말이다.

첫 취재처는 어땠던가. 많은 취재처 중 의과대학이 기억에 남는데 그 이유는 당시 생각으로 의대 학생과 친분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선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시절의 철없던 ‘나’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또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준 인터뷰 기사의 파라다이스 호텔 소믈리에도 생각난다. 사실 학보 기자라고 하면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취재하기 때문에 좀처럼 대학 밖의 사람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이색직업’이라는 코너를 통해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지 들여다 볼 좋은 기회였고, 파라다이스 호텔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무사히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처음 기자라는 직함을 가졌을 때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라며 의지를 불태웠는데 마무리에 와서 되돌아보니 그 마음은 지금 어디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첫 단추는 그럭저럭 끼워 ‘잘 해왔거니’하며 마무리 단추를 끼우려고 보니 중간에 군데군데 비어있는 구멍도 있고, 하나 올려 끼운 단추도 보인다.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싶다. 이 옷은 단정하지 못한 것이 됐지만, 이를 계기로 삼아 다음 옷은 단추를 꼼꼼히 살펴가며 잘 끼우면 된다고. 처음의 마음가짐처럼 최선을 다한다면 꽤 괜찮은 옷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최정욱 기자
hakbojw@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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