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09년 06월 08일
김수정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어김없이 학보의 마감일이 다가오면 평소보다 손에 자주 커피 잔이 들립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따뜻한 커피가 연기를 내뿜고 있으니 말이죠.
이제는 그만 마시기로 항상 약속만 하면서 사실 그게 잘 안됐습니다. 언제부턴가 카페인에 중독된 듯 하루를 커피로 시작하고 커피로 끝내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이젠 커피를 그만 마실 때가 됐나 봅니다. 사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 옆에서 홀짝홀짝하며 시작했던 게 지금은 커피가 어느새 필자의 일상에 하나가 돼 버렸습니다. 필자에게 커피는 다 맛있는 것처럼 동아대학보와 함께 했던 시간들도 점점 맛있어진 것인지 그렇게 2년을 이곳에 있었습니다.
비가 물 붓듯 쏟아지던 여름, 이곳에 처음 발을 내딛었습니다. 교수회관도 잘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다 처음 다우미디어센터(당시 학보사)에 들어왔을 땐 신천지라도 온 듯 눈이 휘둥그레졌죠. '우리학교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말입니다. 주간교수님과 당시의 편집국장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학보스크랩을 뒤적뒤적 거리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기자가 되고 난 후 회의실 제일 구석자리에서 선배들의 목소리에 기가 죽어 어떤 말을 할까 망설이던 제 모습도요. 처음을 기억하면서 지금에 와서야 그 당시를 우스갯소리로 넘길 정도가 됐습니다.
편집장이 제 이름으로 된 여덟 번의 학보를 만들며 모두에게 커피 같은 학보가 되길 바랐습니다. 늘 커피 잔을 들고 수업에 들어가는 것처럼 학생들이 길을 걸을 때 늘 학보를 손에 쥐고 있는 그런 상상 아닌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동아대학보는 6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동아인들과 함께했습니다. 비가 올 때 잠시 쓸 수 있는 우산대용이라도, 냄비 받침대라도 동아인에게 도움이 됐다면 괜찮았습니다.
바닥에 버려지고 구겨진 학보를 다시 줍기도, 학보 배부대에 과자 봉지가 넣어져 있어 꺼내기도, 이제 막 나온 '뜨끈뜨끈'한 학보를 깔개용으로 사용하시던 빨간다방 핫도그 아주머니와 작은 다툼(?)까지. 사실 마음이 아팠지만 그저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와 부탁드리자면 기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학보를 지금 독자여러분들이 읽고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달라는 것입니다.
필자는 누군가의 친구, 동아대학교의 학생, 부모님의 딸,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의 기자 그리고 부장으로 2년여의 시간 동안 꽤나 바빴는지도 모릅니다. 휴식이 절실히 필요해진 요즘, 이제는 그 무엇의 누가 아닌 '나'로서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이제 이 잔을 끝으로 커피는 그만 마시도록 하고요.
저에겐 이것이 마지막 커피지만 앞으로 동아대학보가 여러분의 맛있는 커피가 돼 드릴 겁니다. 제 바람처럼 말이죠.
마무리를 어떻게 써야할지 늘 그랬듯 오늘도 망설여집니다. 더욱이 마지막 데스크 칼럼이라 더 끝을 내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릅니다. 중독된 커피 맛처럼 이제는 더 이상 기사를 쓰지 않으면 이 시간이 생각나겠죠.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의 마지막 커피는 괜스레 씁쓸합니다.
동아대학보 제1071호 (2009. 6.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