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09년 06월 08일
최우용 교수(산업경영공학).
필자는 야구 게임을 좋아한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야구 게임을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와 다른 프로야구 팀의 경기 말이다.
얼마 전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 간의 경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SK 채병용 투수의 공을 맞고 쓰러진 조성환 선수에 이어 SK 박재홍 선수와 롯데 김일엽 투수간의 빈볼시비 등으로 양측 선수단이 모두 마운드로 나와 몸싸움을 벌여 팬들에게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이 두 팀은 서로 화해하며 좋게(?) 마무리 했지만 필자는 문득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 두 팀을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현재까지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 두 팀은 하위권과 상위권에 머무르는 극단적인 성적을 기록하는 중인데 그 성적만큼이나 양 팀 감독의 코칭 스타일도 매우 상이한 것 같다.
우선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 팀 훈련을 가장 많이 시키며 선수들의 모든 플레이를 지시하는 전형적인 일본식의 코칭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롯데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일일이 간섭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전형적인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야구 게임에 많은 변수가 등장하고 때로는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기적이 벌어진다고 하여 야구 게임을 인생에 비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야구와 같이 고작 수십 명 내외의 사람들로 구성되고 올 시즌 게임을 망쳐도 다음 시즌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은 야구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리고 야구 게임과 달리 잘못 산 인생을 다시 돌이켜서 새로 시작할 수도 없다.
따라서 야구 게임에서 김성근 감독과 같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우리의 인생을 일일이 코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우리들을 위해 진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지 우리들이 우리의 인생을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신께 기도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은 인생의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과 복잡성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노래하고 있다.
푸시킨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인생의 어려움을 노래한 다음 "우울한 날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와 같이 우리들이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마침내 기쁨으로 역전시킬 수 있음을 노래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 인생의 절망을 마침내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푸시킨의 시와 같이 노래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푸시킨의 시보다 아름답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를 믿음으로 도전하고, 어려움이 닥치면 극복하기 위해 무수히 밤을 새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침 해가 밝음을 보며 희망을 가진다. 이렇게 다시 도전하는 우리의 포기하지 않는 열정만이 우리의 인생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제 몇 주 후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삶에 대한 우리들의 열정이 식어가고 있는 중이라면 독서와 여행과 명상 등으로 우리들의 삶에 대한 열정을 회복시키는 것은 어떨까?
동아대학보 제1071호 (2009. 6.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