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걱정도 팔자
[데스크칼럼]걱정도 팔자
  • 장소영
  • 승인 2010.05.1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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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09월 10일

 


송자은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어릴 때부터 나는 딱히 가진 것이 없어도 배짱만 두둑해서 매사에 당당한 아이였다. 근데 어느 순간보다도 당당해야 할 때 그 배짱이 나오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마 필자가 지금껏 살면서 '걱정도 팔자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은 지난 여름방학에는 자꾸만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편집'이란 개념은 생각지 않고 멀찌감치 서서 기사만 쓰고 데스크로부터 피드백 받는 게 끝이던 나의 편하다면 편한 정기자 생활이 지난 방학을 시작하면서 종료됐기 때문이리라.

배짱이고 취재보도부장이고 다 집어던지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방학 내내 내 손을 이끌었다 놨다 했다. 그러다 방학 중반쯤 됐을 무렵에 한 일간지에 실린 대학신문 관련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기사의 내용은 요즘 대학신문이 학교 홍보지로서의 역할에 치우쳐 제대로 된 비판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인천 모 대학의 경우에는 학교신문사가 독립부서에서 대외협력처 소속으로의 조직개편이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고, 수도권 모 대학 또한 지난해부터 신문사가 학생지원처 소속으로 재편됐다. 대학 본부 조직에 흡수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학의 학보는 총장이 발행인으로 돼 있어 자칫 총장이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학보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대학본부와 교직원, 학생 사이에서 균형있는 시각을 견지해야 하는 이 세계에서 난 다시금 자신감을 잃었다. 대학이라는 거대조직을 기반으로 삼으며 때로는 학교와 맞서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걱정만 늘어갔다. '이러다 우리 학보도 위에 언급한 대학들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편집장인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덜컥 겁부터 먹은 것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학보 준비를 하다 문득 함께 일을 하는 학생기자들의 열의가 보통이 아님을 느꼈다. 개강에 맞춰 모두 정기자로 발령난 이들이지만 이번 학보에 난 기사를 취재하던 당시에는 인턴기자였다. 발로 뛰는 취재가 진짜 취재라는 것의 표본이라도 보여주듯이 교내 곳곳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방학 내내 정말 수고해줬다. (더구나 방학 때는 인터넷으로 뉴스레터 '동안'을 계속 발행해야 하니 우리 기자들은 바캉스 갈 여유도 없었다는 투정도 잠시 해본다.)

그런 기자들을 보면서 '내가 너무 겁을 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A대학처럼 총장이 신문기사의 최종검열을 하는 것도 아니고 B대학처럼 본부 홍보 관련 부서에 흡수된 것도 아니다. 겁낼 것이 없었다. 우리는 그저 우리 나름대로 '동아대학보 제1072호'를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혼자서 해결하고 나니 어느 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학생들 중에 몇 명이나 학보를 읽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마자 눈앞이 아찔했다. 지금까지 학보는 저 학생들에게 그리 큰 의미를 심어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꽤 다양한 아이템과 코너를 매 학보마다 선보였지만 졸업할 때가 다 돼 가도록 학보가 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1072호를 시작으로 그동안 모르던 학생들도 꾸준히  학보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학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대학보가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편집장을 거친 이들이라면 모두 나와 같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까. '조금 더 좋은 내용의 학보, 조금 더 흥미로운 학보'를 만들고 싶은 욕심 말이다. 

오늘도 기사를 쓰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한숨을 푹푹 쉬면서 골머리를 앓는 다우미디어센터 전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기자의 냄새를 조금은 느낀다. 이제는 마치 내 집에서 나는 냄새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냄새. 인턴기자들은 정기자의 이름으로, 송자은 기자는 송자은 편집장의 이름으로 글을 쓰는 이 시점부터 좀 더 나은 모습을 서로에게 기대해본다.

 

동아대학보 제1072호 (2009.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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