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108계단을 오르며
[데스크칼럼]108계단을 오르며
  • 장소영
  • 승인 2010.05.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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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10월 09일

 


송자은 /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지난달 우리대학 2010학년도 수시모집이 마감됐다. 일공학번이 들어오면 필자는 최전방으로 밀려나 취업전선에서 열심히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수시모집 경쟁률은 6대 1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108계단과 마주하게 됐다. 일공학번도 처음엔 여유있게 108계단을 다니다가 오전수업의 다급함을 느끼고서는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오르겠지.

3년을 꼬박 휴학 한 번 안하고 열심히 다닌 학교인데도 108계단만 마주하면 '여길 또 언제 올라가나'하는 마음에 한숨이 나온다.

그러다가 문예창작학과 시 학회에 잠시 몸담고 있던 시절이 생각났다. 당시 매주 교수님과 시 창작 수업을 했는데, 그 때마다 우리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습을 했다. 한 번은 필자의 친구가 이런 내용의 시를 발표했다.

"저는 우리대학에 있는 108계단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매일 아침 이 계단을 오르면서 '공부 좀 더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오르막이 없는 대학에 갈 걸'하는 생각을 합니다. 즉, 전 108계단에서 108번뇌를 찾은 것이지요."

그때 당시엔 모두 하하호호 웃으며 제대로 된 의미부여라고 동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3년을 꼬박 다니고 보니 그게 아니다. 이건 충분히 서글퍼야 할 일이다. 6대 1이라는 나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일공학번들이 아침마다 108계단을 오르며 "아 왜 이렇게 높아.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 갈 걸"이라고 말한다고 상상해보라. 아마 조금은, 아주 조금은 마음이 뜨끔할 것이다. 

이번에 중앙일보 대학평가 분석 기사를 쓰면서 한숨만 자꾸 나왔다.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 홈페이지에는 그저 '40위 밖'이라고 표시됐지만, 확인 결과 우리대학의 종합순위는 88개 대학 중 56위였다.

우리대학이 이번 대학평가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부분은 취업률과 학생충원율이다. 사실 우리대학 취업시스템은 필자가 봐도 잘 돼 있다. 좋은 시설을 갖춘 취업정보실과 희망진로에 맞춰 반을 구성해 스터디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리더스 클럽 등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자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 때부터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는 딱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나타난 점은 우리대학 졸업생들의 평판도가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취업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받아 학교의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학생을 배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108계단을 오르며 '서울의 대학'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108계단을 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동아대학보 제1073호 (200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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