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즐거운 지옥의 나라
[기고] 즐거운 지옥의 나라
  • 장소영
  • 승인 2010.05.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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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12월 09일

 


하종률 교수(기계공학 )


단기간에 발전한 우리나라의 높은 경제력은 나라바깥 어디에서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칭찬받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 사돈을 둔 필자의 경우, 사돈 집안 식구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발언을 할 때 그 '찬양'의 격이 해마다 높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실제 런던의 전자상가를 가보면 삼성과 LG 제품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옛날의 명품으로 인정받던 일본의 소니 등을 압도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공항 입구의 명당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간판이 어김없이 설치되어 있어 우리의 경제력을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교양수준에 대해서도 나라 바깥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자나 자동차 제품 또는 선박제품의 질만큼 좋게 평가를 해줄지 의문스럽다. 부끄럽지만 필자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현재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이조시대의 반상(班常)으로 나뉘었던 계급사회로 친다면 상(常) 계급의 문화수준으로 하향평준화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무리일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그것을 하루 속히 반(班) 계급의 문화수준으로 평준화 시키는 것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단적으로 지하철에서의 예를 들어 보자. 지하철 문화는 1863년 증기기관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런던 지하도를 달린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이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를 거쳐 우리나라로 도입되어 오늘날 우리는 런던보다 더 깨끗하고 정확하며 안락한 지하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 안 풍경은 크게 다르다. 런던이나 도쿄의 객차 안에서는 승객들이 하나같이 조용히 문고본 등 읽을거리로 짬을 활용하는 광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 서울이나 부산 등 우리나라의 지하철 안은 어떠한가?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 오히려 보기에 안쓰럽거나 안타까운 광경들이 더 많다.

문화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양심 수준을 높여야 한다. 외국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이 조국을 일컬어 "즐거운 지옥의 나라"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는 사실을 극복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독서량을 늘려야 한다. 성인 10명 중 3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성인 1인당 독서량이 192개국 중 166위라는 어느 해의 UN 통계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인간은 삶의 체험을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경험은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시간적으로 한정된 삶을 살면서 얻는 경험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무한히 많은 경험을 우리는 책을 통해 얻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한 깨달음으로 스스로를 변화 시킬 수 있다. 남과 북, 흑인과 백인으로 분열됐던 미합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만든 진정한 통일대통령인 링컨의 신념과 능력은 많은 독서량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껏 우리 민족이 특유의 허슬(hustle)로써 오늘의 풍요로운 나라를 일구어 냈다면, 이제부터는 이조시대 때 반(班) 계급의 사회가 지니었던 그러한 높은 도덕성과 문화로, 또한 현재의 경제수준에 어울리는 교양의 수준으로 우리 자신을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과 우리 동아 가족 모두가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 등불을 가까이 하는 때. 당나라 문학가 한유가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권하는 시 속에 나오는 구절)에 좋은 책을 가까이 함으로써 이를 성취해나갔으면 한다.

 

동아대학보 제1075호 (200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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