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감투에 눈 먼 자들의 학교
[데스크칼럼]감투에 눈 먼 자들의 학교
  • 장소영
  • 승인 2010.05.1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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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12월 09일

 


송자은-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유행을 따르고 그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꽤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아 붓는다. 주로 사람들이 따르는 유행은 패션인데, 황새의 패션을 따라가고자 너도 나도 가랑이가 쭉쭉 찢어지는 게 요즘이다. 패션만 유행하면 다행이겠건만 이것도 유행인가 싶을 만큼 별 희한한 걸 따라하느라 여기저기 유혈(?)이 낭자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난달 전국에 있는 대학에는 '기성 정치판 따라하기' 유행이 일었다.

우리대학도 혹여나 질세라 그 대열에 끼어서는 어느 대학 못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성추행 의혹, 경찰 투입, 대리투표 등의 사건. 나열해 놓고 보니 엄청나다. 그런데 진위를 구분할 수 없고 온통 의문만 남았다.

성추행 사건에는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고, 경찰은 아주 잠시 왔다가 돌아갔으며 대리 투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렇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들이 지난달 내내 일어났다. 사실을 알아내고자 사건의 틈을 살짝 비집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무런 근거가 없어 도저히 파헤칠 수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도 정작 근거를 물어보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우미디어센터 기자들은 인터뷰를 거부당하기도 했고 인터뷰를 하더라도 똑같은 말만 반복해서 듣고 오기 일쑤였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이 사건의 진실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하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을 만큼 기자에게는 그 모든 일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너도나도 '왜 기사를 안 쓰느냐', '진실은 뭐냐'라고 물어오는데 이제야 말하지만 기자도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개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날 저녁. 우리대학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살피고 있을 때 타 대학 신문 편집국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아대 선거 문제가 좀 심각한 것 같던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거였다. 얼굴이 확 달아올라서는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대충 얼버무렸다.

"아 그게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저희도 어떻게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빈틈을 보였다. '우리 학교, 지금 문제 엄청 많아요'라고.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얼굴의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전국의 대학 총학생회 선거 시즌인 요즘 일간지들은 대학가의 '정치판 따라하기'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다양한 사건들로 멍이 들었다. 서울의 내로라하는 대학들에서도  투표함 사전개봉, 불법감청, 성추행 의혹 등의 논란이 일었고 대전의 한 대학은 조폭까지 개입했다는데, 기사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라고는 '도대체 총학생회가 뭐기에'였다. 물론 총학생회의 임원을 역임하면 취업의 문이 남들보다는 아주 조금 더 열리겠지만 그렇게까지 물어뜯고 싸우고 할 필요가 있느냔 말이다.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이들은 '정치인'에게 그 잘못을 돌렸다. 애들이 보고 자란 정치가 그런 것이니 당신네들 책임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물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적어도 기자가 기억하는 정치인들의 선거 모습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을 종종 봐왔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20대고 어엿한 성인의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다. '저 사람이 그렇게 해서 나도' 따위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 나이라는 거다.
이 모든 문제의 시초는 그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저 '남들도 그렇게 하는데 왜'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낱 감투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2만 명의 마음과 소리를 대변해 줄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그 과정과 결과도 아름다웠을 것이다. 2010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은 이미 선출됐다. 이렇게 요란스럽게 선거가 끝났으니 한번 지켜보자.

부디 내년엔 선의의 경쟁으로 패배에 승복할 줄 아는 이들에게 대학생활 나의 마지막 투표권을 선사했으면 한다.  

 

동아대학보 제1075호 (200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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