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물과 얼음과 화학
[기고]물과 얼음과 화학
  • 장소영
  • 승인 2010.05.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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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0년 03월 10일

 


김효준 교수(화학과)


최근에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선수들이 큰 활약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들이 스포츠 역사를 바꿨고, 김연아 선수의 활약에 많은 국민이 즐거워했다. 사실 동계올림픽의 모든 경기는 하나의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바로 얼음 위에서는 잘 미끄러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미끄러짐을 보다 잘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썰매, 스케이트화, 스키 등을 만들었고, 이를 문화로 그리고 스포츠경기로 발전시켜서 집대성한 것이 동계올림픽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얼음 위에서는 잘 미끄러질까? 이 질문에 대한 오래된 답변은 스케이트 날이 주는 압력 때문에 얼음이 녹는 온도가 낮아지고 이 때문에 표면이 녹아서 물이 되기 때문에 마찰력이 작아져 미끄러진다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많은 책들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계산 결과 사람이 가할 수 있는 압력보다 더 큰 압력이 필요하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 실제 원인은 얼음 속의 물 분자와 얼음 표면의 물 분자의 결합 차이 때문이라 보고 있다. 얼음 표면의 물 분자는 주위의 물 분자와의 결합을 반 밖에 못하기 때문에, 얼음과 물의 중간 정도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는 이유이다.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분자 수준의 미시적인 현상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데, 현대 기술로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짐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현대 화학이 크게 기여하고 있는 이유이다. 

화학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인 원자와 이런 원자들로 이루어진 분자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을 크게 나누면 물질과학과 생명과학의 두 분야로 나눌 수가 있는데, 이 두 과학 분야의 연결다리 역할을 화학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많은 분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분자의 하나가 바로 물 분자이다. 우주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은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의 결합으로 이루어져서 H?O라 표시할 수 있다.

하수구에 있는 더러운 물이나 깊은 산속의 깨끗한 물이나 모두 동일한 물 분자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화학의 가장 기본적인 발견의 하나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분자로 이루어진 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한 산업도 커지고 있지만, 이런 사람들의 왜곡된 경험적 지식에 기반을 둔 개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때 유행을 했던 육각수와 같은 것이 있는데,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바뀌는 물 분자의 배치 모양이 어떤 이로움을 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산성수나 알칼리수 구분 역시도 몸에 들어가면 없어지는 그 미세한 차이가 어떤 큰 이로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알칼리성은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쓰이는 단어지만 산성과 대칭이 되는 용어가 아니다. 화학적 관점에서 산성의 정확한 반대 용어는 염기성이다. 이런 용어들이 주는 혼동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 이온음료인데, 알칼리성이라는 광고를 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이온음료들은 산성이다. 

화학을 배운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축적된 경험적 사실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약수와 같은 특별한 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의보감과 같은 책에서도 물을 여러 종류로 분류 하고 있는데, 다르다면 그것은 물 자체가 아니라 물속에 포함된 여러 가지 이물질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하겠다.

동아대학보 제1077호 (201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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