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10년 03월 10일
'잉여인간, 잉여킹, 잉여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머지'라는 뜻을 가진 단어 '잉여'를 변용해 할 일 없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이들을 가리키는 인터넷 신조어다. 방학 때만 되면 어김없이 '잉여족'은 부모님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일쑤고, 내적으로는 자괴감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사실 기자도 전형적인 '잉여족'의 한 사람이었음을 고백한다. 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상실감은 기자를 비참하게 만들었으나 '잉여족'이었을 때만큼 걱정 없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설레고 즐겁기만 할 것 같던 대학생활도 뚜껑을 열어보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생을 둔 가정 대부분이 등록금에 방세, 생활비, 사교육비 등으로 돈 들어오는 구멍은 없는데 자꾸만 새어 나가니 날이 갈수록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기자도 직접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닐 거라며 부모님께 큰소리치던 자신감은 접어둔 지 오래다.
그뿐인가.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스펙관리에 힘쓰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격증, 봉사 활동, 학점 관리, 대외 활동은 필수가 되어 버렸으니 누구나 꿈꾸는 대학의 '로망'은 펼쳐보지도 못한 채 말 그대로 '로망'에 그치고 만다. 이런 대학생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학자금을 빌려 준다면서 결국엔 학생 상대로 이자놀이를 하질 않나, 기업들도 참된 인재를 뽑는다지만 정작 이렇다 할 스펙이 없으면 서류전형조차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학문의 상아탑'이 되어야 할 대학이 '취업의 관문'으로 전락하거나 가정에 '빚'을 떠안기고 있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요즘 대학생들은 차라리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지내던 '잉여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김아라 기자 hakboar@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77호 (2010.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