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10년 04월 07일
송자은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한숨을 푹 쉬었다. 항상 그렇듯 책을 읽으면 기자 자신도 모르게 집중해서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간다. 주인공이 아프면 같이 아프고 슬프면 함께 슬프다. 고백을 받으면 설레는 것도 마찬가지. 이번에 소설가 백영옥은 『다이어트의 여왕』으로 기자의 식욕을 잃게 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한 두어시간 정도)
그녀가 가져다 준 것은 식욕억제 말고도 '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소설책의 중반쯤에 있는 내용으로 우리가 지금 보는 별이 '과거에 별이 사라질 때 생긴 빛'이라는 것에 대해 알려준다. 분명 중·고등학교 중 어느 과학시간에 배웠을 법한 내용이건만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기자는 유난히 이런 곁가지(중심 내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부수적 내용)에 관심이 많다. 큰 줄기는 대강 기억하고 사소한 것들을 정확히 기억한다. 아마 '언젠간 써먹어야지'하는 건 기억하는 모양이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고 나선(어느 부분에 있는지는 기억은 안 나지만) '이력서(履歷書)'의 속뜻을 기억하게 됐고 공지영의 『어느 가벼운 깃털 하나』에선 심장이 근육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런 곁가지들을 하나 둘 씩 메모해놨다가 일정 기간 뒤에 읽어보면 꽤 유용하다. (아직 그런 경지는 아니더라도)글을 쓰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독서 자체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글 쓰는 것 또한 굉장히 어려워하는데 그야말로 시간도 없고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도 몰라서 못 읽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우리 대학교 도서관에도 이런 학생들이 넘쳐난다. '도서관에? 어째서?' 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모두 '토익책'과 '전공책'을 읽고 있다고 알려주겠다.
기자는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다. 못해도 서너 번은 읽는 것 같다. 꼭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서 읽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더 안 읽히는 것이 또 책이라는 걸 아는지. 기자의 주변 사람들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기자를 두고 '이해불가'라고 목청 높이지만 독서에 있어서 반복은 중요하다. 확실히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또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는다. 이 방법은 기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독서 수준을 끌어 올리고자 사용했던 방법인데 교수님이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니 반드시 실천해 볼 것을 추천한다. 일주일에 처음에는 2권을 두고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 읽는다. 그렇게 하다보면 분명 빠르게 읽히는 책이 있고 조금 더뎌지는 책이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지적 수준을 탓하지 말자. 자신이 정말로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인지(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를 아는 순간 이미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책의 권수를 늘려가면 된다. 이 방법을 쓸 때는 절대 조급해 하지 않을 것.
T.S.엘리엇은 말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맞는 말이다. 중간고사가 코앞이고 5월에 있을 토익도 준비해야한다. 바빠서 잔인한 달이다. 잠들기 전 벽에 등을 기대고 소설책 한 권(어느 책이든 상관없다)을 펼쳐보자. 30분 정도 '최연두'가 된다고 해서 날 욕할 이는 아무도 없다.
동아대학보 제1078호 (2010. 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