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권력인가
[기자수첩]누구를 위한 권력인가
  • 장소영
  • 승인 2010.05.19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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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긋해서 쓸데없는 게 나가면 물론 내가 형사적인 조치도 할 것이고 그 다음에 민사적으로도 조치를 다 할 거예요. 내가 당신한테 답변할 이유가 뭐 있어? 당신이 뭔데? 아니, 네가 뭔데? 너 저기, 무슨 PD야? PD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왜 확인을 하는데?"

 지난 4월 20일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이 방송된 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검사들이 '스폰서'로부터 술접대와 성접대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기자에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취재 중인 PD를 대하는 검사의 태도였다. '검사와 스폰서' 취재를 맡은 <PD수첩>의 최승호 PD가 부산지검 박기준 검사장에게 사실을 추궁하자 오히려 그는 "네가 뭐냐"면서 "형사적인 조치는 물론, 민사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물론 검사는 사회적 엘리트 계층으로서 국가의 권한인 검찰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사법기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조사를 받는 피의자나,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인에게 시종일관 반말을 하고 무시하는 듯한 어투로 말하는 등의 강압적인 태도를 취할 권리까지는 없다. 스폰서에게는 "너와 나는 동지… 우리의 정은 끈끈하다"고 속삭이고, 이를 취재하는 PD에겐 "네가 뭔데"라고 윽박지르는 검사를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대학언론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인지, 이렇듯 언론과 관련된 일에는 특히나 관심이 간다.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 다른 권력에 의해 제지 당하는 위와 같은 사례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지 기자
hakboks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79호 (201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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