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고3만큼 힘든 대학생의 방학
[데스크칼럼]고3만큼 힘든 대학생의 방학
  • 이수보
  • 승인 2010.08.19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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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 사전적 정의로는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방학의 정의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허나 굳이 사전적 정의까지 끌어온데는 필자가 요즘 ‘피터지게’ 공부하고 있는 한자의 영향이 크다. 우리가 항상 내뱉는 방학이란 단어는 '놓을방(放)+배울학(學)'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역하면 ‘배움을 놓는 것’이다. 물론 의역의 과정이 생략됐지만 요즘 학생들에게 진짜 '방학'은 없다.

   초등학생일 때나 느꼈던 방학의 설렘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번 방학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일례로 우리 대학 도서관 열람실은 방학임에도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필자가 지나가며 슬쩍 공부하는 학생들의 책을 보니 토익은 기본이고 컴퓨터 자격증, 한자자격증, 기업체시험 등등 모든 종류의 책을 망라하는 듯 했다. '놓을방(放)+배울학(學)'이 아니라 '찾을방(訪)+배울학(學)'으로 바뀐 것이다.

  각종 대외활동, 공모전 준비, 아르바이트, 자격증 준비 등 쉴틈이 없다. 이렇게 치열한데 대학생들에게 무슨 '방학'이 있겠는가. 교내순환버스에서 학생들이 하는 얘기를 빌리자면 과장 하나 안 보태고 “고3보다 대학생이 몇 배는 힘든 것 같다.”

  쓰다 보니 대학생들이 방학 내내 하는 거라곤 스펙 쌓기밖에 없다는 것에 마냥 격해진 것 같다. 방학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 뒷북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지겹도록 '방학'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대학생들의 고충을 토로한 것은 한가지 아쉬운 '옥에 티' 때문이다.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스터디 공간이나 각종 시설 등에 부족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노트북이나 넷북 등으로 동영상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다른 대학들에 비해 우리 대학 도서관은 콘센트가 적어 전선을 길게 늘어뜨려 전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한림도서관 열람실 한켠에는 천장이 뚫려 있어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주위 좌석은 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기감전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종종 교수회관 앞에서 학교 밖으로 내려가는 ‘바보계단’은 늦은밤인데도 가로등 하나 켜져 있지 않은 날도 있어 특히나 여학생들에게는 불안감을 더한다.

  공모전 준비나 그룹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스터디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승학캠퍼스는 취업정보실, 공과대학, 인문대 등에 스터디 공간이 조금이나마 있는 편이라 다행이지만 부민캠퍼스나 구덕캠퍼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승학캠퍼스로 원정 스터디 오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필자도 사실 대학 3학년이 되고 나서야 이러한 사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필자 본인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닥쳐야 할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방학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방학이 오기 전에는 꼭 이 점들이 개선되길 바란다. 끝으로 여담이지만 학생들에게 방학이 다 가기 전에 몇일만이라도 '訪學'말고 '放學'을 지낼 것을 제안하며 기자도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여가를 즐겨야겠다.


김아라 기자
hakboar@donga.ac.kr
<최종수정일 / 2010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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