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떠나는 자에 대한 배려
[시론]떠나는 자에 대한 배려
  • 이성미
  • 승인 2010.09.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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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천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고시공부의 요람 '지독료'는 구덕산 기슭의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여름이면 으레 학생들은 도서관을 전전하게 되고 찜통 방실을 피하기 위해 되도록 밤늦게 귀가하여, 한낮에 내내 달구어진 방을 식히느라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선풍기를 돌려대고 있는 품새가 온통 난리라도 난 느낌이다. 금년에는 너무나 고맙게도 학교 당국에서 에어컨을 설치해 주었으니, 내년에는 한여름이라도 걱정 없게 되었다.

아직 손볼 곳이 많은데 특히 슬라브지붕의 방수작업이 시급하다. 노후 건물로 3층의 지붕슬라브는 비바람과 뙤약볕에 번갈아 노출된 연륜을 나타내듯 콘크리트 바닥이 푸석푸석하게 튀어 올라 발로 밟으면 푹석푹석 내리 다져지는 느낌이다.

비가 올 때면 맨 위층인 3층에는 비가 새어 방실 천장과 벽이 말이 아니고, 누전의 우려로 전선을 재배치하는 등의 응급조치로 견디고 있는데, 관리인의 입원상황 발생 등 사정으로 방수시공이 늦어지고 있다.

2017년 쯤엔 법대와 더불어 사법시험도 없어지니 주로 사시합격의 요람 구실을 해 온 지독료도 사시 폐지와 더불어 사라질 운명이다. 이 운명적 상황에서 최근 사석에서 "사법시험이 없어질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지독료 장학생 인원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법대에 대한 제반 지원을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차츰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시각을 일부에서 가지고 있음이 감지될 때가 있다.

이는 안될 말이다. 법대(생)는 때가 되면 '동아'에서는 없어질 터이지만, 그렇다고 사법시험이 엄연히 존재하는 그 기한까지 그 지원을 축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첫째, 학생 수의 면에서, 군복무 등으로 휴학한 법대생들이 법대가 폐지되기 전까지 졸업하기 위해 복학해 올 것이니, 그 때까지는 법대생 수가 별로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어떤 해는 비정상적으로 늘 수도 있다. 둘째, 사시준비생 수의 면에서 현재 사법시험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그 즈음 1차 합격의 기득권을 가지게 될 것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할 1차 기득권자 등이 오히려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시설의 존재의의 면에서 지독료 시설은 법대생들이 가장 절절히 필요로 하는 유일한 장학시설이다.

법대의 오랜 전통을 믿고 입학한 학생들인데, 전통적 장학시설을 활용할 장학기회를 대폭 줄인다는 것은 법대생들의 존재를 너무 가벼이 보는 처사라 할 것이다. 법대생들은 '떠나야 할 자'가 아니라 '떠나는 자'들인 것이다. 법대생은 개개별로 각자가 '엄청난 무게의' 인생을 살고 있는 독립적 존재들인 것이다.

그런데 40명 정원의 지독료에 법학전문대학원생(이하 법전원생)이 이미 14명 입실해 있다. 지독료 운영규정이 사법시험·행정고시 등의 합격을 지원하기 위한 소위 '법대 시설'로 못 박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법시험과 법전원생이 치르는 변호사시험은 시험성격도 다르다. 그러므로 법전원생 기숙사가 모자랄 때는 그랬다 손치더라도 구(舊) 동아학숙 자리에 법전원생 전용의 새 기숙사 시설이 훌륭히 완비된 지금은 법전원생은 그곳으로 옮김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법전원생들이 규정에도 어긋나는 법대의 장학시설인 지독료에 계속 터를 잡고 있는 것은 떼법(?)이 아니고는 이해가 가지 않음은 물론이다.

법전원생들이 지독료에 들어와 있음으로 인해 그들이 누리는 이익(기숙편의)에 비해 법대생들이 받는 불이익(장학기회 봉쇄)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현재 법대의 신규입실자를 받아들일 공간이 없다. 들어와 있는 법대생이 최종 사시를 합격해 나가면 그로 인한 빈 자리만 메우는 방식으로 꾸려나가야 한다. 당초 정원 40석을 26석으로 축소운영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올해 1차를 17명 합격했으니 내년 사시1차는 비율상 12명 정도로 줄이라는 말일까. 법전원생도 위하고 법대생도 위하는 윈윈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떠나는 자에 대해 소홀하지 않고 성심어린 배려를 다할 때 그것이 교육자로서의 사도일 것이고, 나름의 배분적 정의를 실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동아법대가 동아를 상징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사법시험이 없어지는 그 해까지 사시합격자수 다수 배출로 동아법대가 건재했었다는 평가를 받아둔다면, 그것은 '고시 동아'의 이름으로 '사학(私學) 동아'의 '소중한 자산(資産)'에 축적되어 영원히 기려지게 될 것이다. '고시 동아'가 법전원 인가(認可)에 밑거름이 되지 않았는가.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의미에서 지독료 지도교수의 온갖 부탁을 꼼꼼히도 챙겨주는 학교 당국에게 눈물겨운 감사를 드린다.

동아대학보 제1081호(2010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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