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는 것
[데스크 칼럼]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는 것
  • 장소영
  • 승인 2010.12.13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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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라 취재보도부장


이 기자, 얼마나 나이를 먹었길래 제목부터 '나이 타령'이냐는 독자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아직 십이간지도 두 번 돌지 않은 나이지만 나름의 시각으로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애꿎은 나이 타령을 좀 해봤다.

우선 가장 최근의 일. SK그룹의 2세인 최철원(M&M 대표) 씨의 방망이 구타 사건을 보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50대의 피해자는 온몸이 피멍으로 물들어 보는 이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본인(최철원)의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피해자 유씨를 불러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구타하고 맷값으로 7,000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최철원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있었던 7~8명의 임직원들이 이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사실 역시 필자에게는 씁쓸하게 다가왔다. 물론 속마음은 말리고 싶었겠지만 그들은 결국 행동에 옮기지 못한 것이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더라도 필자 역시 아마 똑같이 행동했을지 모른다. 현실타협이다.

얼마 전 온 나라를 아니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 와중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희생자까지 발생한 연평도 한복판에서 MBC 취재진들이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인 것이다. 물론 MBC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명목은 회식. 며칠 동안 김치와 밥만 먹다보니 고기를 구워먹으며 반주로 몇 잔 마셨던 것이라고 한다. 후에 공식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로 인해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핑계를 댄 것도 문제지만 지금의 연평도 안에서 회식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인데 이들은 그 본질을 망각하고 있어 그저 씁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기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체인 '사랑의 열매'가 '비리의 열매'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공금횡령, 유흥, 부당한 직원 채용, 방만한 예산 집행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번 이사진의 비리는 연말연시 나눔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 모금의 손길을 꽁꽁 얼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에게는 기부를 권하면서 뒤로는 흥청망청 온갖 행태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좀체 화가 누그러지지 않는다.

앞선 사건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도덕적·윤리적으로 얼마나 황폐화 되었는지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를 손가락질 하는 우리는 얼마나 도덕적인가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점점 세상과 타협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누구도 자신이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인간으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지만 이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해가 거듭될수록 '약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점점 속물이 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에 당연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 또한 곧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정신을 차려보고자 함이다. 더불어 여러분들의 1년은 얼마나 도덕적이었는가 생각해보기를 감히 추천한다. 기회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져가는 오늘날 무결한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무결한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사람도 드물다. '너나 잘해라'는 필자의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위 사건들을 접하고 극심한 분노를 느낀 이가 있다면 이는 아직 속이 새까맣게 물들지는 않았다는 증거니 시험이 끝나고 여유가 생긴다면 올해를 한 번 되짚어보는 것도 좋다.

동아대학보 제1084호 (201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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