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데스크칼럼]우리가 할 수 있는 건
  • 이성미
  • 승인 2011.04.07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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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정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지난달 일본 열도는 악몽이었다. 한가로운 어느 봄날의 오후,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엄청난 피해를 낳았고 뉴스의 피해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각종 매체들과 포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생생한 참사의 현장을 발 빠르게 전했다. 이 와중에 우리는 일본 지진 참사를 보도하는 각종 언론 매체의 보도 자세와 이를 접하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턴기자 생활을 할 당시, 헤드라인은 짧고 명료하게 뽑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일간지는 이를 살뜰하게 지켜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을 내놓았다. '일·본·침·몰'. 일본의 한 영화제목으로 패러디성 짙은 이 헤드라인은 끔찍한 재난 앞에서 웃어 넘길 만한 애교로 보이진 않는다.

이웃나라의 재난을 '침몰'이라는 극단적 단어를 써가며 표현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기다렸다는 듯 타 일간지들 역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피해 장면을 전면 배치한 신문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처럼 일본대지진 발생 직후 우리나라 언론의 모습은 피해 상황을 더 빨리, 더 많이 보도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포기하지 마라 일본, 포기하지 마라 토호쿠!" 라는 응원 기사를 1면으로 실은 영국의 인디펜던트 신문과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상파 3사의 뉴스 시청률 경쟁도 치열했다. 누가 더 처절한 영상을 내보내느냐의 대결을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낀 것이 나 뿐만은 아니리라.

언론보도 뿐만 아니다. 어떤 인터넷 기사에는 과거 일제치하와 관련해 "얄미웠는데 고소하다"는 식의 상식 이하 댓글이 달렸고 일부 유명인사들이 일본 지진과 관련해 언급한 종교적 발언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생사를 다루는 일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무서우리만큼 냉소적이었다.

한편 한류스타들의 기부액이 50억을 넘겨 일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달 우리 대학교에서도 일본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기부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물질적인 도움이 우리가 일본 참사를 애도하는 길의 전부는 아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열리는 '수요집회'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대지진 희생자 추모집회'로 대체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누구보다 일본에 대한 반감이 심했을 위안부 할머니들의 추모와 애도는 우리를 더욱 숙연하게 만든다.

 지진 발생일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일본은 힘들다. 이번 지진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도 잃었다. 지금 슬픔에 빠져있는 일본에겐 종교·과거사를 넘어선 인류애적 시각이 필요하다. 재난 앞에 스러진 소중한 생명과 많은 것을 잃어야 했던 일본인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갖는 성숙함을 보이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아니 말 한마디로 수만 명에게 희망을 준다는 말이 맞겠다. 이 마음이 간절히 닿기를 기원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日本, がんばれ! (일본, 힘내!)

동아대학보 1086호(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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