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인 지난 2월 16일 VIP 고객 수십 명의 예금 573억 원을 미리 빼도록 안내해줬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편법 인출 당시 현장에 금융감독원 직원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은행의 부도덕성과 금감원의 무책임으로 소액예금자들은 철저히 무시됐다. 또한 몇 주 전에는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직장인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사전 통보 없이 지난해 건보료 정산액(1인당 평균 13만 5,500원)을 추가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단 측은 보험료율이 지난해와 똑같이 적용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의 일반예금자들은 VIP가 아니라는 이유로 알뜰히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날릴 위기에 처했고, 직장인들은 봉급생활자라는 이유로 사전 안내도 없이 거액의 보험료가 떨어져 나가 가벼워져버린 월급봉투를 받아야만 했다. 정부는 뒷짐을 지고,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편법에 눈을 가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힘없는 근로자들의 주머니에서 일방적으로 돈을 빼간 것이다. 결국 당한 것은 서민들이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돈과 힘 없는 서민들은 사회의 '루저'가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느 날부터 사회는 사람을 가늠하는 척도로 돈과 힘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그것이 사람들 스스로도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돼버렸다. 이처럼 '평범함'은 가지지 못한 자의 초라한 변명처럼 자리잡고 말았다. 오늘날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닌 '평범함'이 '루저'의 조건이 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지 않아 보인다. 루저가 아님에도 루저같은 대접을 받으면 한순간에 루저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보면 사회가 서민들을 양식형 루저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로또를 맞지 않는 한 은행의 VIP고객이 될 리 만무하고, 몇 년 후 봉급생활자가 될 또 한 명의 예비 루저가 여기, 글로써 억울함을 호소한다.
백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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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보 제1087호 (2011.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