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잊혀져가는, 잊어선 안 될
[데스크칼럼]잊혀져가는, 잊어선 안 될
  • 이성미
  • 승인 2011.05.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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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정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애석하게도 중간고사가 끝남과 동시에 벚꽃이 모두 졌다. 그리고 그 가지 위에 새로운 싹이 텄다. 세상은 온통 초록빛, 5월이다.

공휴일인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을 포함해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성년의 날까지 5월의 달력은 매년 풍성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휴일을 맞이해 따사로운 봄볕에 나들이를 가거나 누군가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하며 풍요로운 마음으로 5월을 보낸다. 그 속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하루가 있다. 5월 달력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5월 18일, 바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5·18 광주민주항쟁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탄압받던 그 시대부터 우리가 별다른 노력 없이 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바로 이 순간까지의, 즉 과거와 현재를 온전히 잇고 있다. 31년 전 이 무렵에도 하얀 벚꽃이 눈 송이마냥 하늘에 흩날렸을 것이고, 그 아래 수많은 대학생과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계엄군의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려야만 했다. 수사기간 중 불법연행자만 3천여 명이었으며, 4천여 명의 숭고한 청춘들이 고스란히 희생되었다.

그 시대의 청춘들은 자신의 목숨과 바꾸면서까지 민주주의적 권리를 쟁취해냈다.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토대이자 시민사회 형성에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시대가 어두워질수록 이를 밝힌 것은 열정 충만한 젊은이들이었던 것이다.

허나 민주주의 사회가 실현된 오늘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시대의 민주세력이었다고 자처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민중의 생존권을 억압하며 권력유지에 힘쓰고 있다. 사회·경제 분야의 '보이지 않는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권리를 얻는 것은 고사하고, 내 권리가 무엇인지조차도 잊어버린 이들이 태반이다. 정치관련 뉴스를 선거니 정책이니 다른 나라 이야기쯤으로 여기며 연예와 스포츠관련 기사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거나, 연예인 이야기로 친구와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지는 않은가. 혹은 이마저도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광주의 그날을 기억하기엔 우리가 조금은 버거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미비한 역사의식이 하나의 명제로 굳어지는 것을 신뢰를 잃은 정치와 취업·학점·등록금 등 대학생들의 각박한 현실로 변명하기엔 30여 년 전 그들의 희생이 너무도 크다.

안타깝게도 세월이 지날수록 기억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잊혀져서는 안 될, 잊어서는 안 될 것은 바로 과거가 있어야 현재도 있다는 사실. 지금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자유의 대가를 고스란히 치른 31년 전 5월의 그날, 그들의 절규 섞인 외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윤정 기자
hakboy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7호 (201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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