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한의 한류(韓流) 현상과 사회적 변화
[기고]북한의 한류(韓流) 현상과 사회적 변화
  • 이성미
  • 승인 2011.05.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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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교수 (정치외교학)

중동의 민주화 혁명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민주화 혁명은 소셜네트워크(SNS)로 대변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확산이 정치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독재체제에 저항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중동의 변화가 북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과연 당국의 억압과 통제를 벗어난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가능할까?

커뮤니케이션의 수단, 당국의 정보통제 범위와 역량 그리고 시민들의 의식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폐쇄적이고 통제된 국가에서 새로운 정보 확산이 정치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북한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한류(韓流)현상과 연계하여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식량 위기가 발생했다. 기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주던 중앙배급제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북한주민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식량을 구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있는 친지 방문이나 밀거래를 위해 국경을 넘는 일이 잦아졌고, 그동안 엄격하게 통제됐던 북한 내 지역간 이동도 활발히 이뤄졌다.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감시가 이완되면서 자생적 시장은 점차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됐고 식량 이외에도 생필품을 비롯해 거래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시장을 통해 외부 정보와 문화가 급격히 유입·확산됐다는 점이다.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매체가 유입됐고, 이를 통해 이른바 '아랫동네'(북한에서 남한을 일컫는 속어)에 관한 정보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전파됐다. 시장 확대를 통한 남한 영상매체의 유통은 자연히 정보 확산이라는 파급력을 띠면서 북한주민의 의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철저하게 북한 당국에게서 주입된 정보만을 받아온 북한주민에게 남한 영상매체는 외부 세계를 보는 또 다른 창이 되고 있다.

자신이 알게 된 외부 정보를 주변 사람에게 전해 주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은 사람과 사람을 연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주민들이 남한 영상매체를 보는 그 시간만큼은 다른 세상에 접속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된다. 북한 내부에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남한 영상매체의 유통은 단순히 대인간 연결을 넘어 연결망을 결속시키는 파급력을 통해 폐쇄적인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류라 표현될 만큼 남한 영상매체가 인기를 누리고 '남한 따라하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북한주민이 남한 영상매체를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이 20여 년을 맞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합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남북한 통일은 경제적 가치의 부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삶의 질이 보장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합이 우선시돼야 한다.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남북한 주민간의 인식적 통합이 중요하며, 완전한 통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통합을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주민이 남한 영상매체를 통해 남한 문화와 생활을 미리 인식하게 되는 간접 경험의 축적은 남북한 통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북한정권이 주체가 된 위로부터의 변화뿐만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주민의 남한에 대한 동경과 문화적 수용, 문화접변 등의 영향은 향후 남북한 통합 시 남북한주민 간의 이질성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동인이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남북한 통합 시 사람 간의 통일을 위해서는 결국 문화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통일의 개념이 북한에 남한 문화를 이식하는 것은 아니며, 북한이 남한의 모든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도 아님은 분명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우러짐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통일의 모습이다.

그 어우러짐의 준비를 위해 북한에 부는 한류가 하나의 바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주민들을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동아대학보 제1087호 (201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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