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아일랜드 구민으로서
[기자수첩]영아일랜드 구민으로서
  • 김승언
  • 승인 2011.09.1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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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괜찮나?" 지난 여름 내 얼굴에 붙어있던 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약속한 듯 안부를 물었다. 이 질문에 담긴 의미는 두 가지다. 나와 내 고향의 안부다. '니가 사는 영도는 괜찮냐?'는 말이다. 뒤늦게 네 글자로 반문한다. "어때 보여?"

지난 8월,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희망'이 가는 길을 '이기적인' 영도 구민이 막아버린 것이다. 이처럼 언론의 자극적 프레임에 갖힌 채 영도를 찾는 그들의 사정이야 "어떻든" 영도는 혼잡한 분위기로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작은 섬의 불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1차 희망버스가 영도를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영도구민들은 희망버스의 반대편에 설 이유가 없었다. 누구보다 영도 조선소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시위는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열렸다.

첫 번째 희망버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을 뿐 기존 시위와는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민의 목소리'였다. 희망버스가 시민을 대변한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퍼졌다. 그때부터 많은 곳에서 희망버스를 개조하려고 달려들었다.

그 순간부터 희망버스의 본질은 달라졌다. 희망버스를 개조한 사람들은 그 곳에 타려고 아우성 쳤다. 정부는 개조한 사람들을 잡겠다고 어마어마한 경찰 인력을 투입했고 오지랖 넓은 극우단체는 경찰보다 앞서 희망버스를 막겠다고 난동을 피웠다. 그렇게 모두가 영도를 무대로 자신만의 활극을 펼쳤다.

교통마비와 소음, 30톤의 쓰레기는 그 부산물이었다. 영도조선소 근처의 상가건물과 구민들의 주거공간은 그들의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고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불심검문까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차 희망버스가 방문했을 때는 피해를 막기 위해 영도구민들이 나섰다. 주민자치위원장들과 영도구의회에서는 긴급성명서와 결의문을 야당 측에 전했다. 그러나 이는 그들에게 투정에 불과했고 세 번째 희망버스가 영도를 찾아왔다. 결국 영도구민들은   '사회적 낙인'을 무릅쓰고 희망버스의 반대에 서기로 결심했다.

희망버스의 문제가 아니라 그 후의 문제가 영도구민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짐이었다. 게다가 더욱 속상한 것은 영도구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오히려 그 목소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었다. 영도구민이 희망버스를 반대한 이유는 그와 얽힌 일부의 행위가 상식선을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그저 자신의 고향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다. '희망버스'의 반대편에 섰다고 '나쁜 놈' 취급당하는 것처럼 편을 가르는 현실 또한 영도 구민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왜 영도구민이 외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으려는 것일까. 이것이야 말로 '역지사지'의 부족이 아닌가.


                                                                                                                                                                                                    백장미 기자
                                                                                                                                                                                       hakbojm@donga.ac.kr
                                                                                                                                                                          동아대학보 1089호(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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