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먼 기숙사
김규태
다우미디어센터 취재보도부장
우리 대학교 재학생 중에서 타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학생이 25%란다. 이들 중 많은 학생은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학교 근처에서 비싼 값을 주고 방을 얻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높은 성적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음에도 올해 기숙사 경쟁률은 2대 1이었다. 입사조건만 된다면 생활비나 관리비가 배로 들어가는 자취보다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5.9%에 불과하다. 타지 학생 비율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마저도 1학년이 대다수인 인원배정을 보면 다른 학년들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기숙사 수용률을 올리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처럼 보인다. 우리 대학도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숙사를 계속 짓고 있다. 내년 6월 완공예정인 국제회관은 지하2층, 지상12층 규모다. 총 공사비는 434억 원으로 국제회의장, 기숙사, 도서관, 연회장, 은행, 기타 학생편의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시설은 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1,000여 석의 열람실이 있는 도서관이다. 2009년 3월부터 진행된 공사로 부민캠퍼스 학생들은 소음과 분진으로 인한 많은 불편을 겪었지만 완공을 앞둔 건물을 보며 기대감에 들떠 있다. 학생들은 국제회관이 완공되면 열람실 부족 문제와 캠퍼스별 편차가 심한 기숙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국제회관 기숙사가 캠퍼스 별로 부족한 기숙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지난해 완공된 최신 시설의 한림생활관 구덕관은 구덕캠퍼스 학생들의 기숙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완공이 되고나니 처음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과 석당인재학부생을 수용하더니 이제는 로스쿨 재학생들의 전용기숙사로 사용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학생은 "내년에 국제회관 기숙사가 완공이 된다고 해도 일부 구성원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나머지 학부생들은 많이 들어가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부민캠퍼스 학생들에게는 이미 국제회관 기숙사가 캠퍼스 별로 부족한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국제회관 기숙사가 완공되기 전인 2012년 1학기를 위한 대책도 없다. 당장 내년에는 3학년 기숙사 수용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학교에서는 대책이 없다. 내년에 3학년 학생들의 실제 입사 가능한 인원이 3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예측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그냥 학교에서 정해주는 인원안에서 경쟁을 하고 입사경쟁에서 탈락하면 '성적이 떨어져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한다.
일부 '특별한' 학부를 위한 기숙사로 전락해버리는데 학생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기대만 하고 있어, 나중에 그들이 느낄 실망감이 걱정된다. 이제는 단과대 차원에서 각 학생들의 기숙사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 대다수의 학생을 소외시키는 행정서비스로는 우선은 학생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고, 대학경쟁력 강화라는 큰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