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고]생체시계와 암 치료
[학술기고]생체시계와 암 치료
  • 김승언
  • 승인 2011.10.19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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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고] 생체시계와 암 치료

 


강태홍 교수
생물·의생명과학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 자전의 영향에 의해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일주기성(circadian rhythm)의 생명현상을 보인다. 일주기성은 인간의 행동학적·생리학적 지표에서 쉽게 관찰되며, 잠자기, 식사하기, 체온변화, 호르몬 분비 등과 같은 생리현상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주기성은 생명체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주기성의 상실은 건강에 해롭고 당뇨, 고혈압과 같은 대사질환의 원인이 되며, 때론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암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약물이 개발되고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도 임상에서는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이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선택되고 있다.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킴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항암화학요법은 암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정상세포의 DNA 또한 손상을 일으켜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하는 '타이밍'이 암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지만,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이 이론을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신의 연구는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즉, 하루 중 XPA라는 특정 효소 단백질의 양이 낮은 시간대에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정 효소란 NER(Nucleotide Excision Repair; 뉴클레오티드 절삭 회복)에 관여하는 효소를 말한다.

생명체는 세포 속의 DNA에 자신의 유전정보를 보관한다. 그런데, 세포 하나당 하루에 무려 10~100만 곳의 DNA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태양빛에서 기인하는 자외선과 세포의 대사작용 과정에서 발생되는 활성산소 등이 DNA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들이다.

이런 손상이 누적되면 돌연변이가 일어나 세포의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질병을 야기할 수 있고, 심하면 죽거나 암세포로 바뀔 수도 있다. DNA가 평소에도 이렇게 많이 손상되는데도 생명체가 멀쩡히 살아있는 건 왜일까? 바로 NER과 같은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DNA 수리공'이 있기 때문이다. NER은 화학요법에서부터 자외선에 이르기까지 각종 외부요인에 의한 DNA 손상을 수리해 주는 우리 몸 속 세포의 수리공이다.

따라서 NER 시스템의 일주기성(circadian periodicity)을 이해하면, 일광노출(sun exposure)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거나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최신 연구에서는, 생체시계가 세포의 NER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특별히 마우스의 간, 뇌와 같은 생체조직을 대상으로 하여, NER 시스템의 활성이 하루 동안 어떠한 변화를 겪는지를 관찰하였는데, 그 결과 NER의 활성은 이른 아침에 가장 낮고 저녁시간에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층 분석 결과, NER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자들 가운데XPA의 활성이 생체시계에 연동되어 주기적 등락을 거듭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결과는, 인체의 다른 기구와 마찬가지로 NER 시스템에도 일주기성이 존재하며, XPA 활성의 주기적 변화가 NER의 일주기성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은 NER의 일주기성 변화가 항암제인 시스플라틴(cisplatin)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식-관련암(고환암, 난소암)을 비롯해 화학요법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시스플라틴은 암세포의 DNA를 파괴함으로써 암세포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암세포의 NER 활성이 가장 낮은 시간대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시스플라틴의 투여 타이밍을 조절함으로써 생식-관련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다른 암의 치료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특정 항암제에 대한 환자의 감수성·부작용이 왜 하루 중 특정 시간에 강하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그 동안 의학계에서 경험적인 결과에 의존해 수행해오던 항암제 치료에 대한 비과학적인 접근법을 과학적이고 환자-특이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의학 분야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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