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도권 편중 현상은 1970년대의 성장일변도 정책을 거치며 더욱 심화됐다. 경제성장의 초기단계에 우리나라는 효율성 증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중심의 메커니즘'을 선택했다. 내수시장이 작았던 우리나라는 서울에 금융과 정부기관을 한 곳에 몰아 수출입에 유리한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인지역에 공업시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서울 집중 현상은 곧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상아탑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방의 거점대학들은 이제 수도권 대학과 비교해 봤을 때 '한강 이남에 위치한 잡다한 대학'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이는 곧 지방 인재의 지역 이탈 현상을 심화시키고, 무조건 지방을 떠나 서울로 가야한다는 'in 서울' 풍조를 확산시켰다. 학생 개개인이 지닌 특성은 대학 이름 하나로 매몰돼 버렸다. 수험생들에게 대학은 '학문의 장'이 아니라 간판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렇게 획득한 대학간판은 학벌사회를 더욱 공고화한다.
1990년도에 방송됐던 MBC 청소년 특집 드라마 <두 권의 일기>에서 어머니는 딸에게 이런 대사를 했다고 한다. "지방 대학 같은 데 가려면 가지도 마!" 2000년대로 접어든 지도 이미 10년 이상 지난 지금, 이런 인식은 더 심해졌다. 이제는 이러한 서울 위주의 학벌사회를 지양하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다양한 개성을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현상을 타개하는 것이야 말로 서울과 지방의 이분법적 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궁극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방대'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는 한 일간지의 기획기사를 보고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장혜정 기자
hakbohj@dau.ac.kr
동아대학보 제1093호 2012년 3월 5일
저작권자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