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월 11일, 나는 화장품 사러 간다
[기자수첩]4월 11일, 나는 화장품 사러 간다
  • 서성희
  • 승인 2012.04.0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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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로션통을 아무리 내려쳐 봐도 손바닥에 로션이 몇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다 썼네, 싶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화장품 선택은 여자들의 오래된 고민이자 숙명적 고뇌 '앞머리 자를까, 말까?'만큼 중요하다. 화장품은 개봉하고 나면 반품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한번 선택한 화장품은 6개월 간 내 피부를 좌우한다.

화장품을 선택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마트폰을 켜 초록색 검색창을 띄운 것이다. 역시 모를 때는 인터넷 검색이다. 여러 화장품들의 '공약'은 정치인들의 말보다 명확하다. '나는 당신의 주름을 펴주겠다', '나는 당신의 피부를 누구보다 희게 만들어 주겠다', '나는 둘 다 가능하다!' 여러 기초화장품들이 저마다의 패(牌)를 꺼내들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명 브랜드부터 검색했다. 그랬더니 '화장품 가격에 거품 꼈다'는 기사가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가격 거품' 사건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 제품에 등을 돌렸다고 한다. 한참 검색하다 한 회사의 신상을 발견했다. 최근 여러 브랜드가 기존 화장품들보다 저렴하면서 성능은 비슷한 신상 화장품들을 내세우고 있다. 일명 '저렴이'로, 젊은 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저렴이의 등장이 반가웠다. 단지 가격이 싸서 그렇다기보다는, 소비자가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이번에 이런 아이들이 나왔더라구요" 하고 설명했으나, 어머니는 '저렴이'를 풋내기 보듯 하셨다. 어머니는 "구관이 명관이다. 그냥 유명브랜드 사서 찍어 발라라. 새로 나온 애들이라 사용 후기도 없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모두 신뢰하기도 어렵지 않느냐"며 반문하셨다. 맞다. 새롭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아직 써본 적이 없어 성분표에 적힌 것이 정확한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누군가는 글을 읽으면서 '그깟 화장품 하나 고르는데 뭐 그렇게까지…' 할 수도 있겠다. 혹자는 로션을 골라야 하는 날만 되면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놈이 그놈이지. 점원이 골라주는 거 쓰고 말지, 뭐." 그러나 모르시는 말씀. 지난 날, 잘못 선택한 화장품은 연약한 내 피부를 홀라당 뒤집어 놓았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이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썼다. 처음에는 여드름 같은 게 났다. 별것 아닌 줄 알고 나뒀더니 여기저기 붉은 반점이 일어났다. 나중에는 불에 타는 듯 뜨겁고 따끔거렸다. 시험기간에 피부과 다니며 약을 먹어야 했을 때는 '멘탈 붕괴'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지금도 그 이전의 백옥 같던 피부는 되찾을 수 없다. 이제 나는 내 피부에 꼭 맞는 화장품을 찾아 헤맬 뿐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화장품 선택, 중요하다.

4월 11일, 나는 화장품 사러 간다.

 

여다정 기자
hakbod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4호 2012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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