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자여, 길을 터주오
[기자수첩]독자여, 길을 터주오
  • 서성희
  • 승인 2012.06.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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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힘이 돼 주오 /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 그대여 길을 터 주오 / 가리워진 나의 길.

故김현식 3집 앨범에 수록된 '가리워진 길'의 가사다. 기자는 글을 쓰다 힘이 들 때면 이 노래가 떠오르곤 했다. 이 노랫말은 '바른 기사'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자에게 큰 위안을 줬다.

'독자가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바른 기사를 쓰겠다.' 지난해 4월, 기자로 임명되면서 한 다짐이다. 언론은 시대의 감시자다. 언론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에 정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살피고, '사실'을 토대로 '진실'을 그려내 독자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따라서 언론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대학언론은 건강한 대학사회를 위해 필수적이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사명감은 세 학기 남짓한 기자생활 동안 언제나 마음 한가운데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7,80년대에 대학언론은 민주화라는 지성(知怯)세력의 공통된 과제 덕분에 크게 조명 받았다. 그러나 1987년 '6.29선언' 이후 사회 곳곳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2000년대 들어 대학가가 정치투쟁 보다는 취업투쟁의 장으로 탈바꿈하면서 대학언론에 대한 관심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 부산 내 대학언론의 실정은 무척 심각하다. <경성대신문>은 이미 발행이 중단됐고, <부경대신문>은 인력 부족으로 학보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윽고 <국제신문>은 지난달 15일 '복수의 대학언론이 무관심 속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기론에서 본지 또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혹자는 "대학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관심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독자의 관심을 통해 대학언론은 정론(正論)을 직필(直筆)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질 때, 독자들은 언론을 신뢰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 대학의 언론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동아대학보>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기 위해 독자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는 질책이든 격려든, 어떠한 비판이라도 달게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독자로 돌아가지만, 다른 기자들이 걸어갈 그 여정은 어쩌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매우 힘든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그 여행길에 필요한 노자(路資)는 독자들의 힘이다. 언론의 원동력은 독자들의 관심이다. 그러니 그대여, 길을 터 주오.


여다정 기자
hakbod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6호 2012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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