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대학의 진수는 학문 연구
[데스크 칼럼]대학의 진수는 학문 연구
  • 서성희
  • 승인 2012.09.06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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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87년경 플라톤은 철학을 가르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학문의 전당'이라는 뜻으로 '아카데미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아카데미아는 중세와 근대를 거쳐 '대학'이란 이름으로 현대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학문의 전당은 '취업의 전당'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부진한 제자들의 취업률에 고민하던 대전의 한 인문학 교수가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이날은 전국 대학이 대학알리미를 통해 취업률을 공시하기 하루 전 이었다.

이튿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전국 각 대학의 취업률을 발표하고 이를 서열화 했다. 교과부는 조만간 발표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기준에도 취업률에 20%라는 큰 비중을 뒀다. 또한 올해부터 취업률이 51%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을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시 우선 고려하기로 해 지방대학은 물론 수도권 대학들까지도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교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4년제 대학만 해도 220여 개에 달한다. 이에 교과부는 대학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전국에 있는 대학을 서열화 했다. 또 교육역량강화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등의 정부지원사업 선정에도 취업률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내세웠다. 이런 교과부의 정책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조작하기도 했고 취업률을 제고하라며 교수들을 암묵적으로 압박했다. 과거에는 극히 개인적 과제였던 '취업'이 어느 순간 대학이라는 거대집단의 존재 이유가 돼버린 현실에, 필자는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이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청년실업자가 110만여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취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문'은 취업보다 더 중요하다. 이대로 대학이 취업만을 강조한다면 대학은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또한 학문의 성취보다 취업률로만 대학을 평가한다면 대학은 명문대 진학률로 관심을 끌려는 입시학원과 다를 바 없는 취업준비학원 정도로 전락할 것이다.

지난달 인터뷰에서 권오창 총장은 "과거에는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아 대학을 나서면 스스로 취업을 했지만 지금은 대학에서 100% 취업을 시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조규향 전 총장의 지휘 아래 '취업'만을 강조했던 대학당국에 변화가 있으리라 내심 기대했던 필자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우리 대학교가 '아카데미아'의 본질만큼은 잊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 대학도 취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대학을 설립한 석당 정재환 선생은 "대학의 진수는 무엇보다 학문 연구"라고 강조했다. 취업이 중시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건학 당시 석당 선생의 말씀처럼 대학의 진수는 무엇보다도 학문 연구임을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백장미 편집국장

동아대학보 제1097호 2012년 9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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