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병 주고 약 주는 사회
[시론]병 주고 약 주는 사회
  • 서성희
  • 승인 2012.09.06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진환(화학) 교수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하나를 꼽자면 바로 '힐링(healing)'이다. 이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의미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뜻은 '마음의 치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품격 있고 건강한 의식주를 영위하자는 뜻의 '웰빙(well-being)'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다 한풀 꺾이더니, 그 자리를 힐링이라는 단어가 채워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IMF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2000년 이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자는 웰빙에서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피폐해진 정신을 치유하여 정신과 육체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힐링으로까지 발전해 온 것이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힐링 열풍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피로와 상처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정신적인 피로는 무한경쟁사회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비롯되고, 경쟁을 통해 느끼는 좌절과 실패는 정신적인 상처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청소년들의 따돌림 현상과 최근 많이 들리고 있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등의 어두운 면이 바로 경쟁에서 오는 정신적 상처와 심리적 불안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 때문에 대학 입학 전부터 소위 '스펙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 학과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고, 영어 성적 향상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방학에도 학원을 전전해야 한다. 등록금과 용돈 충당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봉사활동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니, 대학 생활의 낭만을 즐긴다는 것은 애당초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힐링을 통한 정신 건강 회복을 말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심리적 부담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나친 경쟁을 요구하는 이러한 세태는 소수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만 학생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경쟁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체계는 장년층이 주도하는 반면 사회의 중요 구성원이자 미래의 주역인 청년층의 의사는 잘 대변되지 않고 있다. 한 사회의 지향점을 결정할 때에는 전 구성원의 목소리가 고루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변화에 대한 젊은 층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투표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변화의 목소리가 모여 다양성을 인정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공정한 경쟁 속에서 뒤쳐지는 사람에게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병 주고 약주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해결된다면 인위적인 힐링 없이도, 구성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가능할 것이다.

덧붙여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자면, 젊은 시절 비슷한 고민을 했던 인생 선배들에게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행히 우리 대학에는 '평생지도교수제'가 운영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먼저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안부인사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교수님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와 위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097호 2012년 9월 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