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수단과 목적
[데스크 칼럼]수단과 목적
  • 서성희
  • 승인 2012.10.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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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유신, 인민혁명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4일 오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아버지인 박정희 전대통령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유족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꾸준히 박 전대통령을 옹호해 왔던 박 후보가 드디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박 후보의 사과는 진정성에 관한 의문을 남겼다.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 전까지 박 후보의 역사관은 일정했다. 지난 7월 16일 새누리당 경선을 치르고 있을 당시 박 후보는 "5·16은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만들었다. 그래서 (박 전대통령이)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말해 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또 지난달 10일에는 라디오에 출연해서 지난 2007년 대법원에 의해 무죄로 판결된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이미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냐"며 애매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이 24일에 열렸으니 불과 2주 만에 입장을 달리한 것이다. 수년간 시민사회의 과거사 정리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대선을 앞둔 지금에서야 사과를 한 데 대해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자회견 시기 또한 찝찝함을 남기긴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6일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이어 19일에는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대부분의 매체는 화려하게 등장한 두 후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50%에 육박하던 박 후보의 지지율은 점점 하락세를 타더니 이제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박 후보의 기자회견은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주효했다.

기자회견 이후 박 후보의 태도 또한 문제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관 논란을 단 10분 만에 정리하고,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그날 오후, 박 후보는 새누리당 부산시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청년당원들과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선보였다. 한 번의 사과와 한 번의 말춤에 국민들은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박 후보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사과는 말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사과도 인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박 후보에게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만큼 '역사진상조사위원회'를 세워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는 일도 중요해졌다. 그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는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에도 진정성을 물어야 할지는 앞으로 박 후보가 보여줄 모습에 달려있다.

백장미 편집국장


동아대학보 제1098호 201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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