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아버지인 박정희 전대통령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유족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꾸준히 박 전대통령을 옹호해 왔던 박 후보가 드디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박 후보의 사과는 진정성에 관한 의문을 남겼다.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 전까지 박 후보의 역사관은 일정했다. 지난 7월 16일 새누리당 경선을 치르고 있을 당시 박 후보는 "5·16은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만들었다. 그래서 (박 전대통령이)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말해 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또 지난달 10일에는 라디오에 출연해서 지난 2007년 대법원에 의해 무죄로 판결된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해 "이미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냐"며 애매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이 24일에 열렸으니 불과 2주 만에 입장을 달리한 것이다. 수년간 시민사회의 과거사 정리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대선을 앞둔 지금에서야 사과를 한 데 대해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자회견 시기 또한 찝찝함을 남기긴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6일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이어 19일에는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대부분의 매체는 화려하게 등장한 두 후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50%에 육박하던 박 후보의 지지율은 점점 하락세를 타더니 이제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박 후보의 기자회견은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주효했다.
기자회견 이후 박 후보의 태도 또한 문제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관 논란을 단 10분 만에 정리하고,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그날 오후, 박 후보는 새누리당 부산시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청년당원들과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선보였다. 한 번의 사과와 한 번의 말춤에 국민들은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박 후보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사과는 말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사과도 인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박 후보에게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만큼 '역사진상조사위원회'를 세워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는 일도 중요해졌다. 그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는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에도 진정성을 물어야 할지는 앞으로 박 후보가 보여줄 모습에 달려있다.
백장미 편집국장
동아대학보 제1098호 2012년 10월 8일
저작권자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