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강경 규제, 실효성은 '글쎄…'
[기자수첩]강경 규제, 실효성은 '글쎄…'
  • 서성희
  • 승인 2012.11.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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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동·청소년법)'과 '셧다운제'로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두 법안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아동성폭력의 예방과 청소년의 올바른 문화생활을 위해 발의됐다. 하지만 낮은 실효성과 모호한 기준 탓에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4일 중학생 프로게이머 이승현이 셧다운제로 인해 프랑스 국제게임대회 '아이언스퀴드'의 스타크래프트2 우리나라 예선 결승에서 어이없이 패배했다. 이날 경기는 외국 시청자를 고려해 자정이 다 돼서야 시작됐다. 경기 도중 이승현 선수는 밤 12시가 되기 직전 '아, 맞다. 셧다운 당하는데'라는 글을 남긴 후 퇴장,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 제23조 3항)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고 수면시간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과연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셧다운제 적용 대상은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가입한 청소년에 한해서다. 부모, 혹은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을 단속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CD게임, 콘솔게임 등의 오프라인게임을 단속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 사실상 법의 취지가 달성되기 어렵다. 네티즌들은 이 때문에 '허술한 규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허술 규제로 논란이 된 것은 아동·청소년법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단속과 처벌이 더욱 강화된 이 법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 배포, 소지한 자를 구속 및 기소,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기준이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경찰 측은 '사회 통념상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미성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 혹은 표현물이 등장해 성교, 유사 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를 할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이 '사회 통념상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명확치 않다. 영화 <은교>의 경우 미성년자인 여주인공의 나체 및 성관계가 적나라하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 음란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법 개정 후 인터넷 만화 서비스를 대거 중단한 만화잡지 전문업체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누구도 명확히 말 못하는 상황이라 교복이 나오거나 등장인물을 아동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다 내렸다"고 전했다.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위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규제로는 이 같은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국민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법을 마련해야 한다.

임수아 기자
hakbosua@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9호 2012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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