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고]영양과 유전자의 상호작용
[학술기고]영양과 유전자의 상호작용
  • 서성희
  • 승인 2012.11.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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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연(식품영양학과) 교수

같은 음식을 먹는데 왜 나만 살이 찌는 것일까? 비슷한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비만의 정도나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과 같은 만성퇴행성질환에 걸리는 위험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는 개인의 식생활습관과 유전적 특성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암을 비롯한 만성퇴행성질환이 주요 보건문제로 대두되면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유전자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질환발생 기전을 파악하고, 이를 임상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접근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식품과 영양은 생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평생 동안 접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영양과 유전자의 상호작용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양과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영양유전체학은 2000년 이후 등장했다. 이는 식품 속 특정 영양소가 체내의 유전체, 단백질체 및 대사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양유전체학과, 개인이 타고난 유전자 또는 유전자 내 특정 위치의 변이가 식사와 질병의 상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양유전자학을 포함한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졌다 해도 질병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내 변이와 환경노출에 대한 유전자의 반응은 민족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례로, 음식섭취를 통해 체내에서 소화·흡수된 중성지방은 '아포지단백질'이라 불리는 지질운반단백질에 실려 혈관을 타고 필요한 조직에 전달된다. 이때 지질운반단백질 중 아포A5단백질이 유전적인 문제 때문에 체내에서 소량만 생성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고중성지방혈증'을 유도할 수 있다. 서양인은 아포A5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의 특정 위치 변이율이 10% 미만이지만 동양인은 28~30%로 변이율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고에 따르면 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고지방식사를 하면 변이가 없는 사람들보다 혈중 지질운반 및 처리속도가 느려져 높은 농도의 중성지방이 혈액 속에 오래 머무른다. 따라서 아침 공복 상태에서도 훨씬 높은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보였고, 이상지질혈증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보는 동양인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중성지방혈증 예방을 위한 식사조절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특정 유전자형을 보유한 사람에게 적절한 식사조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처럼 질병관련 유전자들의 영양학적 중재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만성퇴행성질환의 예방 및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구의 일부 기업들은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섭취 시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달라지고, 유전자 다형성에 따라 체내 대사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추적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고, 일부 검사프로그램은 상용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건강기능식품 생산에도 이용될 것이다.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영양사와 의사가 개인의 유전자 프로파일에 근거해서 '개인맞춤영양' 처방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영양유전체학 연구는 효율적인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건강식생활지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식품은 다양한 영양소와 기능성 생리활성 물질을 복합적으로 함유하고 있어 신체의 여러 기능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의 경우 콜레스테롤은 못 낮추더라도 집중적인 체중관리와 포화지방산 섭취 조절을 통해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등의 위험요인을 낮출 수 있는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질병 발생은 유전적 소인과 다양한 환경 요소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전적 소인의 영향은 약 20~30% 정도이고, 나머지 70~80%는 환경 요인이 결정한다. 따라서 평상시의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어느 정도 만성퇴행성질환 발생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099호 2012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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