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전자공학) 교수
바야흐로 졸업과 취업 시즌이다. 전국 대학의 4학년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서류, 각종 증명서들을 여러 회사에 접수시키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그중 일부 학생들만이 원하던 회사에 취업하는 기쁨을 누리는 상황이다. 특히 저조한 취업률을 기록했던 올해 우리 대학교는 위기의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하긴 했지만, 그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작된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에서 우량 중소·중견기업과의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동아인들의 취업률은 앞으로 조금씩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필자가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취업 그 이후'다. 여러분은 마치 취업에 성공하면 더 이상 큰 고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해서 신입사원으로 정신없이 일을 배우다 보면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하게 되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재테크를 해야 한다. 몇 년 지나서 회사에서 진급을 하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대인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며, 어느새 훌쩍 자란 자녀들의 교육비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은퇴할 시기가 오고,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면 무엇을 향해 그렇게 달려왔는지, 도대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지난 수 세기 동안 반복되어온 우리네 삶이 아닐까?
필자는 지난해 조그마한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완치되었지만, 평생 건강을 관리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로 인해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아졌으며 얼마 전에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이 있어 이 시간 동아인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Nothing Is There!(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꿈꾸고, 희망하고, 부단히 달려가는 그 곳, 그 순간에는 막상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단지 그 과정만이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매순간 무척이나 큰 사랑과 축복, 일상의 기쁨, 좋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 경이로운 체험이 우리와 함께 했지만 우린 그것들을 깨닫지 못한다. 또한, 목적을 성취하는 그 순간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또 다른 목표를 세워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누구나 한 번쯤은 발견한 적 있을 것이다.
오직 매순간을 온전히 경험하자. 커피를 마실 때는 그윽한 커피 향을 느끼고, 친구와 함께 있는 동안은 온전히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가끔 가슴이 답답해 올 땐 고개를 들어 에메랄드 색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하늘을 만끽하자. 공부를 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하며 오직 그 순간 책과 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집중하자. 그렇게 매순간을 아름답게 경험하며 최선을 다하는 동안 우리 동아인 여러분이 그리던 미래가 한 걸음씩 자신을 향해 미소 지으며 다가올 것이다. 진정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삶, 그 해답은 바로 여러분 안에 있다.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응시하며 매순간을 온전히 경험한다면 마침내 그 답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100호 2012년 12월 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