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에서 혼숙은 로망이 아니다
대학사회에서 혼숙은 로망이 아니다
  • 장소영
  • 승인 2010.05.1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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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03월 04일

 

요즘 TV를 켜면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패밀리가 떴다>는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공주와 같은 여성 연예인이 부스스한 차림으로 나와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재밌어 자주 시청한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에는 찜찜한 장면이 매회 나온다. 그것은 남녀 출연자들이 칸막이가 쳐져있지 않은 숙소에서 같이 잠을 자는 것이다. 물론 방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출연자들은 불편하지 않을까. 그리고 출연진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받고 혼숙을 하는 것인가. 설령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방송에서 혼숙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잘못 된 것이 아닐까.

대학에 입학 했을 때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혼숙을 당연시 하는 태도였다. 오히려 혼숙은 대학에 오면 꼭 한번 해봐야 하는 '로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혼숙에 대해 선배들에게 문제제기를 했을 때 돌아오는 답은 '남녀가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있는데 무슨 일 있겠니?' '술에 취해서 다들 뻗었는데 그런 생각 할 겨를이 있냐?' '설령 원치 않는 스킨십이 있더라도 친한 사이에 그 정도는 이해 할 수 있는 거 아니니?' 등이다. 매번 문제를 제기해도 선배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신입생들이 혼숙에 대해서 매우 불편해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필자는 지난해 해운대 모 수련회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회에 갔었다. 그 당시 5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큰 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피곤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이리 저리 잠을 청했었다. 필자는 여자 신입생과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하기 매우 불편해서 남자만 있는 방을 찾아 나왔다.

그 때 5명쯤 되는 여자 신입생들이 복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친구들에게 왜 안자고 나와 있냐고 물으니 대뜸 "잠이 안 오기도 하고, 애들이랑 이야기도 더 하고 싶어서요" 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에는 처음 만난 신입생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올해 과 분위기가 좋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그 친구들 중에 한 명이 필자에게 "남녀가 같이 자야 하는 게 불편해서 어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필자가 그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선배가 이런 문화를 못 고쳐서 미안하고 네 생각이 옳다는 것 뿐 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 이것을 우리는 '성적자기결정권'이라 부른다. 이것은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것과 동시에 신체와 성에 대한 권리가 본인에게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주고 있는 혼숙은 출연진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의도치 않은 행위가 다른 출연진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다. 만약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패밀리가 떴다> 제작진은 그냥 묵인해 버릴 것인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방송에서 보여주는 혼숙이 시청자들에게 재밌고 좋은(유익한) 것이라 여겨질까 우려된다.


철학 4 배성민
동아대학보 제1068호 (2009.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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