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그늘에 가린 초등학생
대학생 그늘에 가린 초등학생
  • 장소영
  • 승인 2010.05.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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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10월 08일

 

지난달 25일, 10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두르던 나는 교문 앞의 고함소리에 뛰다말고 우뚝 섰다. 시위였다. 놀란 마음을 일단 진정시키고 어떤 이유로 시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무언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는 그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노란 팻말에 빨간 확성기를 들고 자신의 아이들의 권리에 대해서 호소하고 있었다.

부민캠퍼스에 신축될 국제회관으로 인해 인접해 있는 부민초등학교 남관 건물은 하루 종일 햇빛 한 점 들지 않을 것이고 그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이 교과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게 그들이 시위를 하는 이유였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공사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부민캠퍼스에 짓고 있는 국제회관은 46.5m 높이의 건축물이다. 이곳은 도서관과 기숙사 등이 들어올 예정이고 새로 지어진 종합강의동에 비해 건축이 늦어져 학교 측에서도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부민캠퍼스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초등학생들이 햇빛을 못 받는 것은 안타깝지만 우리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잠깐 나만의 이익을 위한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이기적이고 옳지 못한 생각이다. 동·식물도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길러야 잘 자란다고 하는데, 하물며 한창 자라야할 성장기 어린이들이 햇빛도 들지 않는 학교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해보라. 햇빛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시력저하 등 신체발육부진이 나타날 확률이 높고, 또 심지어는 학습영향과 정신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국제회관 공사를 중단하기에는 우리대학에 타격이 너무 크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공사가 예정돼 있었고 국제회관이 들어서면 현재 부민캠퍼스에 부족한 열람실 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공사이기도 하다.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이쯤 되면 학교 측의 입장이 궁금하다. 부민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매일같이 캠퍼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만큼 우리대학에서 빠른 시일 내에 현명하게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우리 동네에 있던 초등학교가 지금 상황과 똑같은 문제로 주변 건물주와 투쟁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초등학교 측은 몇몇의 노후 시설을 교체해 준다는 조건 하에 아이들이 그늘에서 생활하는 것을 허락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햇빛을 삼킨 거대한 건물에 가려 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절대 자본과 힘으로 묵인해서는 안 된다.

우리대학교 측과 부민초등학교 학부모간의 소통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그들도 시위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님을 알 것이다. 모두 자기 의견만 내세워서는 방안이 세워지지 않는다.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문방송학 2 박유진
동아대학보 제1073호 (200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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