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09년 12월 09일
얼마 전 두바이 국영 개발회사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 즉 채무 상환 연기를 선언했다. 세계는 이를 디폴트, 채무 불이행으로 받아들이면서 관련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련기업들의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2년 전 '이문화 비교연구'라는 전공 수업 중 두바이 개발이 과연 사막의 기적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사막의 신기루가 될 것인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교수님과 열띤 토론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판단, 두바이를 중동의 금융, 무역, 관광 중심지로 만들어 기름이 고갈되더라도 자생력을 갖춘 나라로 만들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은 이러한 견해에 동의했고 두바이는 중동의 파라다이스로 성장 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무리한 차입투자와 환경에서 찾았다. 두바이는 지난 6년간 무려 800억 달러(약 100조원)를 해외에서 차입했다.
이러한 무리한 차입은 두바이 경제가 작은 충격에도 쉽게 휘청거리게 만들었으며 탈규제, 개방정책 등은 많은 투자를 이끌어냈지만 부채상환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내수기반이 취약한 두바이의 경제구조에 치명타를 안겨 주었다. 즉 앞뒤 재지 않은 성급한 개발과 무리한 투자가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성급한 개발과 무리한 투자로 위기에 처한 두바이의 문제는 비단 세계 경제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닌 듯하다. 얼마 전 선거가 끝나고 내년 우리대학을 이끌어갈 새로운 학생회가 뽑혔다. 선거운동기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힘겹게 뽑힌 만큼 이번 총학생회 당선자는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선자가 내세운 공약 중에는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도 있지만, 그 필요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공약도 있어 보인다.
학우들이 바라는 기적이란 학생복지와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는 총학생회의 모습이지 대규모 행사를 주최하고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시설을 설치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일 년 뒤 신기루가 아닌 기적으로 이번 총학생회가 평가되길 기대 해 본다.
곽민준·관광경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