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하고 싶은 일을 꿈꾸기도 힘든 사회
[독자발언대]하고 싶은 일을 꿈꾸기도 힘든 사회
  • 장소영
  • 승인 2010.12.13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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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인밴드 '달빛요정만루홈런' 이진원 씨가 갑작스레 뇌출혈로 쓰러진 후 세상을 떠났다. 그가 부른 노래를 나도 꽤 들었다. 매번 질질 짜는 노래, '루저'들의 동정을 부르는 노래, 언제라도 노래 못하게 될 거라고 울면서 노래하는 것 같았지만 그는 끝까지 음악을 하다가 저 세상으로 갔다.

그는 주로 '경제적 계급'의 문제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도 이렇게 처절한 인생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음악을 만들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 하지만, 지금 이것이 가능한 사회인가?

인디밴드로 활동했던 이진원의 생활은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밴드에게 제공되는 정부 지원금이 현 정부 들어 완전히 없어지고, 메이저 기획사의 대중가수들과 같이 TV에 자주 나와서 매번 출연료와 비싼 광고료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이 만든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판매하는 음반, 음원 그리고 클럽 공연으로 먹고 사는 것이었다. 이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 살아가는 누구나 아는 현실이다.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라!"고 말하면 폭력이 되는 사회다. 하고 싶은 일만 해서는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쉽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이 사회에서 비주류로 불리는 것이라면 더 그렇다. 예를 들면 비주류 인디음악, 예술, 진보 정치 운동, 시민단체 활동 등과 같이 세상에서 관심을 가져주지도, 지원도 하지 않는 것들이라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말은 이제 초등학생도 믿지 않는 명언이 돼버렸다. 현재 초등학생들은 예전 초등학생들처럼 대통령, 과학자, 화가를 꿈꾸지 않는다. 어린 그들조차 20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CEO, 정규직 회사원, 공무원, 교사 등 안정된 일자리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만약 한국 사회에 이런 꿈을 가진 사람만이 판을 친다면 얼마나 슬프겠나. 더 이상 새로운 정치, 문화, 사회의 변화를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돈을 벌어 살아가는 기계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슬픈 미래를 맞이할 바에야 나는 故이진원처럼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보겠다'며 무작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지간한 고집이나 웬만한 의지 없이는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이진원 씨의 죽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국 사회가 암울한 기계들의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경제적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요즘 제기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개념이 특히 문화·예술을 하며 세상의 변화를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절실하다.

만약 최소 생계비를 사회에서 제공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현재 비주류 예술인들이 처절한 삶을 살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줄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 해도 그들이 주류 예술인처럼 한 번에 떼돈을 벌지는 못 할 것이다. 비주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창의성이 미래에라도 빛을 보기 위해서는 현재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배성민(철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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